몇 년 전에 어느 지방에서 기습 폭우로 홍수가 났는데 그곳 계곡으로 물놀이를 갔다가 고립된 남성이 119구조대의 목숨을 건 구조를 받아서 가까스로 살아 나왔다. 그런데 기자가 마이크를 갖다 대니까 119구조대의 필사적인 구조에 감사하는 말은 없고, 자기가 그 계곡에 들어가려는데 경찰이 위험하니까 들어가지 말라고 소리쳤지만 강제로 붙잡지 않아서 그냥 들어갔다고, 정말 위험했으면 못 가게 붙잡았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오히려 국가를 원망하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내 생각에 그는 만약 경찰이 못 가게 막았더라도 '가고 싶은 곳에 가는 건 내 자유, 하고 싶은 것 하다 죽는 것은 내 권리'라면서 기어코 들어갔을 사람 같았다.
19세기 후반 유럽에서 개인의 자유 신장의 초석이 된 '자유론'의 저자 존 스튜어트 밀은 개인이 누려야 할 자유의 한계를 논할 지점에서 당연히 고민스러웠다. 밀 자신은 평생 절제가 몸에 밴, 지극히 금욕적인 삶을 살았다. 그가 자유를 인간의 기본권으로 강력히 주장한 것은 모든 사람이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기 삶을 경영해서 행복을 누리기를 원했고, 각 개인이 억압과 통제에서 풀려나 자유롭게 발전하고 뻗어나가면 사회와 국가는 그 시너지로 더욱 활력 있게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밀이 구체적으로 지목하지는 않았으나) 향락이나 음주나 도박처럼 자신에게 해로운 생활 방식이나 취향도 자유로 인정해야 할까?
밀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나쁜 습관이나 취향도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데도 개인의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까지 국가가 간섭하고 규제한다면 국가의 간섭권이 커질 테고 규제의 범위는 점점 넓어져서 결국 개인은 국가의 통제에 예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민주국가에서는 국민이 성숙할수록 국가의 규제는 느슨해지고 국민의 자율권은 증대된다. 우리나라에서 심야 통행금지가 폐지된 것은 국민이 결사적으로 요구했기 때문이 아니고 위정자들이 우리 국민이 통금 없는 일상을 누릴 만큼 성숙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지금까지 통금이 시행되고 있었다면 범죄율은 낮았겠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후진국이 아니었을까?
지난달 29일 핼러윈 축제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3년 만에 맛보는 젊음과 해방의 축제였다. 그랬는데 경찰이 좁은 골목에 인파가 군집해서 불상사가 날까 봐 원천 봉쇄를 했다면 '아, 국가가 우리의 안전을 위해 애쓰는구나' 하고 감수했을까? 그날의 축제는 안전은 전적으로 국가 책임이고 참가자는 맘껏 즐기기만 하면 되는 축제는 아니었다. 물론 국가(소방서·관공서·경찰서)는 가급적 인파를 분산시킬 방도도 연구하고 돌발 사태 발생 시 경찰력 투입 등 제반 대책도 마련했어야 한다. 그러나 국민도 국가가 대비를 해도 불가항력적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어떤 예견 못 한 돌발 사태가 일어났다고 그 사고의 경위와 수습 노력 여부를 알아보지도 않고 사고가 터지기를 고대했다는 듯이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자들은 어느 나라 국민인가? 예상치 못한 대형 사고가 날 때마다 대통령이 퇴진하면 그 나라는 무정부 사태로 무너져 버리지 않겠는가? 지구상에는 하루도 대형 참사가 나지 않는 날이 없다. 그러나 미국의 9·11 같은 초대형 참사, 온 국민이 통분했던 참사 때도 대통령 퇴진 요구가 나오지는 않았다. 그랬다면 미국의 몰골은 더욱 비참하고 미국민은 자국에 대한 긍지와 신뢰를 잃었을 것이다. 대형 참사를 정치적으로 악용해서 정부를 쓰러뜨리고 정권을 탈취하려는 정치꾼들은 법과 유권자가 혹독하게 심판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참사엔 관할인 용산경찰서 서장과 간부들의 행적이 매우 미심쩍어 보인다. 그들과 119 상황실장 등의 그날과 그 이후의 행동은 이미 언론에 보도된 바처럼 마치 참사를 방관하고 심지어 방조한 듯한 인상을 준다. 이들의 비상식적 행동과 지시들이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해당하는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 '시체팔이 장사꾼'들이 참사를 기획해서 국민을 현혹하고 나라를 갈가리 찢어 놓는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이 나라가 유지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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