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무판이네?"
14일 오후 대구 달서구 월배역 인근에서 진천역 방면으로 향하던 대구경찰청 암행순찰4팀 최성열, 박재홍 경사가 번호판이 없는 이륜차를 발견했다. 정체된 차량 사이를 종횡무진하며 앞서 달려가던 이륜차는 시야에서 사라졌으나 12분 뒤 다시 암행순찰차 앞에 나타났다. 평소 이 일대 이륜차 운행 성향을 숙지한 최 경사는 이륜차가 월배농협 대덕지점 앞 네거리를 지나는 과정에서 앞을 절묘하게 막아섰다. 꼼짝 못하고 검거된 운전자는 면허취소 상태였고 동승자는 헬멧도 쓰지 않고 있었다.
단속 카메라에 식별되지 않고 경찰차량을 피해 도주하기 용이해 '도로위의 무법자'로 통하는 이륜차 단속에 경찰의 '암행순찰차'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경찰차로는 보이지 않는 외관으로 단속 효과가 높고, 숙련된 검거 노하우로 실적을 내고 있다.
대구경찰청은 지난해 2월부터 제네시스 G70 차종의 암행순찰차를 도입해 교통법규 위반 차량 단속에 나서고 있다. 내부에 숨겨진 경광등, 전광판, 스피커, 카메라 등 단속 장비를 갖췄고 대구에서는 4개팀이 1대의 차량을 2교대로 24시간 운용한다.
순찰팀은 이날 오후 달서구 상인네거리 일대에서 이륜차 및 개인형이동장치(PM)에 대한 단속을 집중 실시했다. 월배로 한 약국 앞에선 빨간색 스쿠터를 탄 배달원은 신호지시위반으로 벌점 13점, 범칙금 4만원을 받았다. 단속된 운전자는 "배달이 급해서 어쩔 수 없었다"며 "한번 봐주시면 안될까요"라고 사정했다.
진천동 한 주상복합 아파트 앞에서는 보행자가 오가는 길에서 차도와 인도를 넘나들며 아슬아슬한 곡예운전을 펼치던 또다른 이륜차가 신호위반으로 단속에 걸려 벌점 15점과 범칙금 4만원을 받았다. 암행순찰팀은 배달을 위해 운전자가 오토바이에서 하차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도주를 차단했다.
이날 오후 약 3시간 동안 암행순찰4팀은 과속차량 8대, 교통법규 위반 이륜차 5대를 적발하고 안전벨트 미착용 등 10회의 계도조치 성과를 올렸다.
최 경사는 "숨 가쁘게 하루가 흘러가지만 간혹 우리가 경찰인 것을 믿지 않고 112에 신고하거나 무턱대고 욕부터 하시는 분들도 있다"며 "대형 교통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활동이니 시민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암행순찰팀이 이륜차 단속에 힘을 쏟는 것은 최근 사고 발생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올해 1월1일부터 지난 24일까지 대구지역 이륜차 교통단속 건수는 4만5천76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4천164건)보다 3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륜차 사망사고는 4명에서 6명으로 늘었다.
시민들이 느끼는 위협 수준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대구시 자치경찰위원회가 대구시민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시민안전에 위협이 되는 교통수단'에 대해 56.8%가 이륜차를 꼽았을 정도다. 2위 전동킥보드(21.2%)의 2배가 넘는 응답 비중이었다.
대구시 자치경찰위원회는 이 같은 여론을 반영 이륜차 전용 단속카메라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구시 자치경찰위원회 관계자는 "경찰청 차원에서 내년 서울에서 시범사업을 우선 시행하기로 했다"며 "내후년 대구에도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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