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미술관의 변신

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박물관을 의미하는 '뮤지엄'(museum)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의 '뮤즈'(Muse) 여신에게 바치는 신전 안의 보물창고인 '무세이온'(museion)이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되었다. 물론 음악을 의미하는 '뮤직'(music)도 이 여신의 이름에 그 어원을 둔다. 뮤지엄은 15세기 후반, 문예부흥에 크게 기여한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 로렌초 일 마그니피코 때부터 쓰이기 시작했으며, 로렌초의 소장품을 통틀어 지칭하는 말이었다. 과거 특별히 미술관을 구분하여 '아트 뮤지엄'이라고 했지만(때로 케이블TV의 관련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예술박물관으로 어색하게 번역되기도 했다), 이제 이 단어는 박물관과 함께 미술관까지 망라하는 용어로 그 사용이 확장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미술관과 박물관의 경계는 분명하지는 않은 것 같다.

과거의 미술관은 기능적으로만 이해됐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학습과 교육을 위해 미술품을 수집하고, 보존하고, 알리고, 그리고 전시하는, 오브제에 기반한 공간이었던 것이다. 반면 오늘날의 미술관은 설립 목적의 관점에서 소장품을 즐기고 그것들로부터 배우기를 원하는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정의된다. 과거 미술품의 수집, 보존 그리고 전시가 미술관의 주된 업무였다면, 오늘날의 미술관은 비전과 미션 지향의 경영 리더십과 방문객들에 대한 고객서비스에 그 운영 초점을 둔다.

미술관의 이런 변화는 잠재적 방문자에서 지역의 전체 구성원으로 그 서비스 대상을 넓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앞으로 변화하는 환경은 정부의 지원에만 의지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미술관이 발전하고 더 많은 자원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데, 이는 방문객 수의 증가와도 연관이 깊다. 어떻게 방문객을 늘리고, 미술관이 가진 자원과 기회에 대한 시민들의 접근 평등성을 실현할 것인가? 또 어떻게 미술관의 활동에 시민들이 함께 참여해서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도록 할 것인가? 이런 고민은 결국 미술관에 마케팅적 사고와 실천을 도입하게 했다. 영미권의 미술관에 있어서 마케팅이라는 용어는 생소한 단어가 아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마케팅 리서치, 마케팅 전략, 마케팅 계획 등은 일상적인 경영 활동이다.

요즘 문화소비자들은 과거보다 더 똑똑하며 얼마든지 더 나은 대안을 선택할 수 있는 정보와 능력을 가지고 있다. 미술관 서비스는 이러한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거래의 가치를 높여야, 즉 차별화된 '방문객 경험'을 제공해야 이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려면 각기 다른 속성의 방문객들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며, 조직 구성원 모두가 방문객에 대한 서비스 철학을 공유해야 하고, 이들의 욕구와 요구, 그리고 태도와 행동을 알아야 한다. 엘리트주의를 버리고 미술관 방문을 방문객들에게 감흥을 줌과 동시에 여흥의 요소가 되는 독특한 사용자 경험으로 만들고, 학구적이고 탁월성을 추구하는 것에서 접근성, 참여기회, 그리고 다양성을 높이고, 전시물 중심에서 방문객 경험의 가치를 높이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미술관으로의 변신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 미술관에는 독립된 부서와 기능으로서의 마케팅 조직이 필요하며, 미술관 직원들의 행동 변화도 필요하다. "아무리 제품이 좋아도 정교한 마케팅이 없이는 팔리지 않으며, 아무리 마케팅을 정교하게 해도 제품이 좋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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