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TK 통합신공항 특별법, 응답하라 野

송신용 서울지사장
송신용 서울지사장

"1년에 백몇십억 원씩 가져가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니 영원히 국회의원 할 수 있겠다." 2014년 화력발전 지역자원시설세 관련 지방세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자 당시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현 경북도지사)이 A의원에게 덕담을 건넸다. A의원은 법안을 반대하는 산업자원부와 청와대를 설득한 뒤 야권의 협력을 이끌어내 관철에 성공했다.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니 도와주겠다"는 야당 간사 B의원의 동참이 결정적이었다. 대척점에 섰던 임수경 의원에게도 공을 들였다. A의원과 B의원은 세월호 정국 속에서 여야의 대표적 강성파로 사사건건 맞붙던 김태흠 현 충남도지사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다.(김태흠의 '도전' 중 재구성)

대구경북(TK) 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의 국회 상임위 심사가 임박한 가운데 떠오른 장면이다. 통합신공항특별법은 정부와 큰 틀에서 합의한 뒤 여야 협상을 앞두고 있는 판이다. 여소야대(與小野大)에 정국마저 꽁꽁 얼어붙어 있지만, 처리를 염원하는 지역민의 관심은 뜨겁다. 광주 정치권의 주도로 광주 군 공항 이전을 위한 특별법이 발의되는 새 변수가 떠오른 상황이고 보면 정치력이 더욱 절실해졌다. 재수(再修)마저 실패하면 뒷날을 기약하기 힘들다.

TK 의원들이 법안 통과의 돌격대가 돼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의 일등 공신은 부산·울산·경남(PK) 의원들이다. 이들은 PK가 문재인 정부의 최대 지지 기반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저마다 역할을 해냈다. 청와대와 정부 부처, 여당, 야당을 향한 여론전과 설득 작업은 소름 끼칠 만큼 집요했다. 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인 김정호 의원은 의원실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신공항을 반대하는 국토교통부와 맞서는 등 의원 모두가 총력전을 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치밀한 논리와 정교한 전략을 거듭 가다듬어야 할 시점이다. 심사 과정에서 빌미를 줄 수 있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기부대양여 부족분 국비 지원, 광주 군 공항 이전 특별법 동시 처리 요구 같은 모든 항목과 사안을 철저히 검토해 조직적·체계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의원들의 의지와 결기가 필수다. '정치 생명'이라는 말은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서로 역할을 나눠 밀고 당기며 죽기 살기로 거야(巨野)를 상대하지 않고는 통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야권도 달라져야 한다. 위기의 끝이 보이지 않는데 말로만 민생을 외치며 정쟁에 매달려 있는 여야를 지켜보기에 신물이 난다. 가덕도의 전례가 있고, 정치적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 전향적 입장으로 돌아서기 바란다. 안 그래도 퍼펙트 스톰이 한국을 강타한 상황에서 경제 활성화의 촉매제가 될 통합신공항특별법 처리에 딴지를 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특히 지역 상생, 균형발전 차원을 넘어 정치 복원의 무대로도 활용이 가능한 사안 아닌가. 싸울 땐 싸우더라도 타협할 것은 해야 하는 게 정치다.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동력을 만들어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앞서 그는 지난 7월 매일신문 기자에게 "부산공항(가덕도신공항)도 지원을 해주는데 광주하고 대구는 놔두고 있어서 형평성 문제가 있다"며 "(독자적으로) 특별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약속을 지킨다면 지역과 민생을 챙기는 지도자 이미지가 올라가는 것은 보나 마나다. 실타래처럼 얽힌 정국을 풀어가는 카드로도 이만한 것이 없다. 큰 꿈으로 가는 길 또한 그만큼 빨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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