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을 위해 해외순방 중인 대통령에 대해 퇴진하라는 악담에 이어 저주까지 퍼붓는 사제들이 등장했다.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라 마지않는다. 온 국민이 '추락을 위한 염원'을 모았으면 좋겠다"는 성공회 사제의 저주에는 섬뜩함이 담겼다. 박 모 천주교 신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대통령이 전용기에서 추락하는 이미지를 합성해 올리며 '비나이다 비나이다~'라는 문구를 넣었다.
대한성공회가 전용기 추락을 기원한 신부의 사제직을 즉각 박탈하고 사과했으나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박 모 천주교 신부는 사과하기는커녕 자신을 비난하는 댓글에 '반사'라는 의미의 이모티콘을 거듭 올렸다. 그는 지난 5일 촛불행동이 주최한 집회에 참석해 '윤석열 퇴진'을 외치기도 했다.
"정의는 진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진실을 두려워하는 정의는 거짓된 선이며 위선이다. 자신의 정권의 안위만을 걱정하며 가난한 이들의 죽음을 외면하고 국민의 진정한 염원을 외면하는 위정자들아! 불행하여라!"
세월호 추모 집회에 나선 한 사제의 강론이다. 세월호가 박근혜 정부가 일으킨 참사가 아닌 사고였다는 점이 분명해졌는데도 그렇게 몰아간 사제는 대중 선동가였고 결국 추문이 드러나 성직이 정지됐다.
전용기 추락을 염원하는 사제들의 글은 악담이자 저주다. 전용기엔 대통령뿐 아니라 기자들과 수행원, 승무원들도 타고 있다. 그 사제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악마'로 규정하고 스스로 악마를 쫓는 '구마(驅魔) 사제'나 퇴마 사제라고 자처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세상을 '선과 악' '천사와 악마'라는 흑백 논리로만 보면서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정치 세력을 이 세상에서 추방하고 없애야 할 악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설령, 구마 사제라고 하더라도 전용기 추락을 기원하고 악담하는 것은 지켜야 할 선을 넘은 언급이다. 교계 스스로의 자구 노력이 필요할 때다. 이러다가는 정당까지 만들거나 직접 정치에 뛰어들어 세상을 구원하려 드는 정치 편향 사제들이 나올 것만 같다.
시대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서로에게 밥이 되라"는 가르침을 주고 떠난 김수환 추기경이 그립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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