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정(33·대구 수성구 범물동) 씨는 최근 원·달러 환율 추이를 보며 시름에 잠긴다. 올여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달러 가치를 보고 이른바 '서학 개미'(외국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 대열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장 씨는 "일방적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달러가 더 오를 거라는 기대에 미국 주식을 상당액 사들였다. 주식을 산 시점보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환차익을 볼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였다"면서 "그런데 지난달 말부터 환율이 떨어지기 시작해 급기야 주식을 샀을 때보다 원화 가치가 더 올라 고점에 물린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다 예년 수준인 1천200원대로 가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든다"고 했다.
고공행진을 이어오던 원·달러 환율이 이달 들어 1천310원대에서 1천320원대를 오가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를 향한 긴축 속도 조절론도 재부상하고 있다. 그러면서 달러 강세 분위기가 전환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시장은 달러당 1천200원대를 향한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모습이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7.4원 오른 1천32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환율이 오르긴 했으나 이달 첫 거래일이었던 1일 종가 1천428.5원과 비교하면 100원 넘게 떨어진 것이다. 11일에는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전 거래일 종가보다 무려 59.1원 하락하면서 3개월 만에 달러당 1천310원대(종가 1천318.4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 달러 대비 원화 절상률은 주요국 9개 통화 중 가장 높았다. 원화 가치는 이달 1일부터 지난주(11일)까지 8.03% 상승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달러 외 31개 주요 통화 중에서는 가장 크게 치솟았다. 상승률 2위(일본 엔화, 7.07%)와도 1%포인트(p) 넘는 차이를 기록했다.
외환 시장에서는 최근 발표된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7.7%로 시장 전망치(7.9%)를 밑돌았다. 미국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월 대비 0.2% 상승하며 전문가 예상치(0.4% 상승)를 하회했다. 이를 두고 미국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정점을 지났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연준이 긴축 정책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강하게 나온다.
이응주 대구은행 자금운용부 차장은 "금리 움직임과 결부된 글로벌 달러 강세는 미국 Fed의 오버 페이스에 의한 시장의 오버 리액션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었고, 이번 환율 안정세는 '밀린 방학숙제' 같은 점도 있다"면서 "그동안 정부 개입, 통화스와프 등의 노력이 미 CPI 발표와 중국을 둘러싼 정치·경제 불확실성 일부 해소 등에 맞물려서 내려간 효과가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준이 올해 마지막 남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p 인상)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 선반영 된 점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추가로 하락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는 기대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다만 10월 한 달 지표만으로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꺾였다고 확신하기 어렵고, 연준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외환시장의 또 다른 외환딜러는 "결국은 FOMC가 최대 변수"라면서 "'베이비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25%p 인상)을 단행하면 1천200원대도 바라볼 수 있겠지만 또 한 번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인상)을 밟으면서 매파적 발언을 내놓으면 금방 1천400원대로 복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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