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지방 육성보다 수도권 투자가 경제성 높다는 인식은 오판

한덕수 국무총리가 15일 기자 간담회에서 "지방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미래가 없다. 지금까지 (지방에 대한 정책 접근이) 너무 약했다고 본다"며 강력한 지방분권 정책을 집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의 의지를 크게 환영한다. 주지하다시피 지역균형발전은 윤석열 정부 6대 국정 목표 중 하나이기도 하다. 대통령과 총리가 지역균형발전, 지방분권 강화 방침을 분명히 밝힌 만큼 이제 현장 실무 변화 및 실행 가능한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역대 정부들도 지역균형발전을 주창했지만, 실행 과정에서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현실적 난관에 부딪히면 면피성 타협으로 마무리하고 만 것이다. 지역균형발전이 구호에 그친 기저에는 수도권 육성에 쏟을 힘을 지방에 들이는 것이 국가 전체 경쟁력 강화에는 손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한쪽이 잘살기 위해 한쪽이 망해도 되는 관계라면 이 논리는 일리 있다. 하지만 국가는 개별 기업이 아니라 흥하면 같이 흥하고 망하면 같이 망하는 복합 조직이다.

기업의 각 구성원은 동일한 경쟁력을 갖고 있지 않다. 상위 20%는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에 특별히 지원하지 않아도 생산성이 높다. 중위 70%는 잘 지원하면 성과를 내고, 하위 10%는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층이다. 국가에서 국민과 지방도 다르지 않다. 태평양 전쟁 패전 후 일본이 경제적으로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중위층 70%를 잘 활용했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많다. 중위층은 상위층에 비해 각개 경쟁력은 떨어지지만 수적으로 많기 때문에 국가 총생산력을 강화하는 데 중위층 육성이 결정적인 성공 요소였다는 것이다.

국가는 소규모 초첨단 기업이 아니다. 극소수가 전체 구성원의 생활 수준을 끌어올리기는 매우 어렵다. 지방 경쟁력을 배가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이 잘사는 나라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지방이 수도권보다 눈앞의 경쟁력이 약하다고 방치하면 종국에는 일부 극소수를 제외한 모두가 가난한 나라로 전락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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