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육군 제28사단에서 선임병의 집단 구타로 사망한 '윤 일병 사건'이 일어난 후, 국방부는 낡은 병영문화를 혁신하겠다며 다양한 대책과 처방을 쏟아냈다. 실제로 이 사건은 군 인권 이슈의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만연했던 구타도 눈에 띄게 사라졌고, 장병 인권과 관련한 법령과 제도의 많은 부분이 이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그 무렵, 이 책의 지은이는 늦깎이 군인으로 입대한다. 그는 크고 작은 변화를 직접 목격했지만 무언가가 진짜로 변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구타를 당한 적은 없어도 폭언과 부조리를 일상처럼 견뎌야 했고, 이상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일도 많았다. 꾸역꾸역 시간이 흘러 전역할 즈음, 후임들은 오랫동안 참고 견디던 군무원의 폭언을 고발했다가 찍혔다. 지은이에게 한 후임은 말했다. "그냥 참고 지낼 걸 그랬습니다."
이 책은 전역 후 군인권센터에서 활동하며 군대의 병폐를 목격하고 바꿔나가는 데 앞장서온 지은이의 7년의 기록이다.
지은이는 윤 일병 사건과 이예람 중사 성추행 사망사건, 홍정기 일병 사망사건,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하사 강제 전역 사건 등 군대에서 발생한 다양한 인권유린 사태를 조명한다.
지은이에 따르면 사례를 든 네 명의 군인은 각자의 상황과 처지에서 삶을 이어가고자 분투했다. 윤승주 일병은 잔인한 폭력과 가혹행위를 참아냈고, 이예람 중사는 성추행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고 증거 확보를 위해 애썼다. 홍정기 일병은 의무대를 찾아 몸의 이상을 알렸지만 군은 귀기울이지 않았다.
군은 경청 대신 문제가 발생한 후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를 시도했다. 윤 일병 사건에선 사인을 구타가 아닌 만두 취식에 따른 질식에서 찾았고, 이 중사 사건에서는 성폭력이라는 본질 대신 가공된 가정사에서 자살 원인을 찾으려 했다.
지은이는 뉴스를 통해 단편적으로만 알려졌던 이들 사건의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지를 돌아보면서, 인권 논의에서 '열외'돼 있던 군인의 인권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제도를 찬찬히 짚는다.
조용히 참고 사는 게 금과옥조로 받아들여지는 군대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고통의 형태와 양상이 달라질 뿐 고통 받는 이들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군대에 가야 사람이 된다고? 아니다. 사람이 군대에 가는 것이다. 사람답게 존중받는 군인이 다른 사람도 지킬 수 있다." 300쪽, 1만8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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