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깊어지되 넓혀질 수 있도록!

연출가 백창하

백창하 연출가
백창하 연출가

연출로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연극을 시작으로 음악극과 뮤지컬, 무용극과 판소리 음악극,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극 작품을 연출하였고, 때론 대본을 쓰기도 했다.

이러한 행보의 기저에는 나라는 인간의 성향이 있을 것이며, 또 이성적으로도 확장성을 가진 예술가가 되고 싶어서다.

올해 처음 오페라를 연출할 수 있는 감사한 기회가 주어졌다. 이태리 말로 하는 오페라였으며, 참여하시는 모든 분은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성악가 선생님들이었다.

오페라를 연출해본 적도 없는 필자가 감히 그분들에게 디렉팅을 드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불이 활활 타오르는 게 느껴졌다. 참여하겠다고 대답한 그 순간부터 오롯이 나의 마음과 정신은 오페라에 빠져있었다.

악보를 부탁해 번역부터 시작했다. 지금 들리는 이 부분이 어떠한 장면인지 알아야 하니 말이다. 구글 번역기를 열심히 돌려 모조리 번역을 마치고 음악을 종일 들으면서 통째로 외워버렸다.

처음 하는 일 투성이였지만, 마음은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초심으로 돌아간 기분으로 아주 많이 들떠서 작품을 준비했던 기억이 난다. 감사하게도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반응도 좋았고 칭찬도 많이 해주셨다.

오페라 공연을 잘 마치고, 며칠이 지난 후 혼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와…내가 어떻게 했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돌이켜 보면, 연극에서 출발하여 서사를 이끌어가는 방법을 배우고, 인물을 분석하고, 작품을 연출하기 위해 역사 공부와 많은 조사를 통해 노하우가 쌓였을 테다.

음악을 좋아해 자연스레 뮤지컬과 음악극을 만들며, 음악에 대한 이해, 클래식과 밴드의 차이, 라이브에 대한 고민 등 여러 음악적 고민과 나름의 생각이 자리 잡혀 있을 것이며, 음악과 친한 연출가가 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후 판소리 음악극을 만들어보고 싶어 사설을 읽어보고 공부하면서 옹고집전이라는 판소리 음악극을 극작했고, 친한 무용수 선생님들과 무용극도 제작하면서 이리저리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을 즐기고 있는 와중에 오페라를 연출하게 되었으니 아마도 그러한 경험들이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누가 뭐라 해도 나는 연극과 뮤지컬에 뿌리를 둔 연출가이다. 내가 사랑하는 이 장르에서 느낀 것들에 감사하며, 더 깊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갑자기 잘하거나, 잘 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명확히 알고 있다. 이유는 스스로가 더 깊어져야 하기에,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삶을 살아가고, 인문학적 소양을 쌓아야 할 것이며, 여행을 다니고 책도 읽어야 한다. 그렇게 세상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생기면 더 훌륭한 연극, 뮤지컬 연출가가 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러한 삶의 자세를 유지하며, 확장을 늘 고민하며 앞으로 만나게 될 다채롭고 새로운 작업을 소화해낼 수 있도록 늘 넓어지는 방향도 고민하고 공부하며 지내려 한다. 정리하자면 깊어지되 넓혀질 수 있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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