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기념상 폐지를 위한 새로운 문학상 발표'가 얼마 전 있었다. 새로운 문학상 명칭은 '인동문학상'. '동인문학상' 폐지가 목적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동인문학상이 친일파 기념 문학상이라는 거다. 민족문제연구소, 민족문학연구회, 시민주권운동중점,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한국작가회의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658명이 참여한 시민 공모전으로 탄생했다고 한다.
'인동'(忍冬)이라니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별칭과 겹친다. 그런데 기괴한 구석은 다른 데 있다. 제53회 동인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조해진 작가에게 수상 포기를 촉구한 것이다. 그러면서 제1회 인동문학상 수상자가 돼 달라고 요청했다. 시민들이 문학에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면서 동인문학상이 존치될 수 있었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통상적인 문학상 선정 과정과 판이하다.
모르는 건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으나 무지가 신념이 돼선 곤란하다. 조해진 작가는 지난달 수상 소감까지 발표했다.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작품을 매번 기적처럼 내놓고 있는 그에게 '너는 어느 쪽이냐'라는 강요는 무례 이전에 몰상식에 가깝다. 역대 동인문학상 수상자인 김숨, 김애란, 이기호, 권여선 작가에게 반납 요청이라도 할 셈인가. 김동인의 역사적 과오를 알고서도 덥석 그 상을 받았느냐며 적폐로 훌닦을 것인가.
작가가 부끄러워해야 할 때는 독자에게 외면받는 글을 썼을 때다. 옹알이 같은 글줄을 종이에 채워 놓고, 작품집 나왔다며 강매하는 작태다. 스스로가 문학을 욕보이는지도 자각하지 못한 탓이다.
제각기 추구하는 색채가 있기에 인동문학상 탄생을 말릴 수도 없다. 대신 그럴싸한 규칙이라도 갖춰야 한다. 태생이 타인에 대한 비난이라면 문학의 기능인 인간성 복원을 기대하기 힘들다. 수상작 불매 운동, 작가 강연 듣지 않기 레퍼토리는 기우에 그치길 바랄 뿐이다.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인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제정신을 잃은 인간이 품는 환상만큼 아름다운 것은 현실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역사적 선명성을 강조하는 이들의 강요에 조 작가가 소극적 입장을 보인다면 이들이 어떤 좌표를 찍을지 염려스럽다. 시민이라는 미명하에 휘두르는 칼부림을 또 뻔히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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