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고 물품 거래 앱의 채팅 요청을 알리는 소리에 한소영(가명·36) 씨가 허겁지겁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셋째 딸을 위해 구입했던 중고 피아노를 중고 거래에 내놓은 참이었다. 관심을 보이던 거래 요청자는 몇 가지 질문을 던지다가 결국 구매 의사를 접었고, 실망한 한 씨의 마음은 다시 타 들어갔다.
벌써 관리비를 못 낸 지 석 달째. 지난달에는 아이들 침대까지 팔아 어떡하든 버텼는데, 이번 달에는 그마저도 쉽지 않다. 마음이 조급해진 한 씨는 텔레비전부터 아이들이 쓰던 물품까지 중고 거래 앱에 올려놓고 하염없이 연락을 기다렸다.
◆발달 장애 아이 출산 후 남편 실직
과일 장사를 하던 한 씨의 부모는 IMF 외환위기 당시 큰 타격을 받으며 생활고를 겪었다. 장사로 바빴던 부모님은 항상 집을 비웠다. 일찍이 집안 사정을 알게 된 한 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진학 대신 취업을 택했다.
스무 살에 유통업체에 취업한 한 씨는 친구의 학교 선배를 소개받았다. 낮에는 일, 야간에는 학업을 병행했던 김학수(가명·41) 씨는 한 씨에게 가정에서 느낄 수 없었던 안정감을 줬고 두 사람은 연인이 됐다.
한 씨는 곧 임신했다. 어린 나이에 계획에 없던 출산이었지만, 든든한 남편과 아이를 지키고 싶다는 일념으로 결혼을 결심했다. 반대하던 부모도 딸의 강한 의지에 결국 출산을 도와줬다.
어렸던 한 씨에게 육아는 하나부터 열까지 쉽지 않았다. 출산 이후 달라진 삶에 한 씨는 우울증을 겪기도 했지만, 아이를 보며 견뎌냈다. 남편 김 씨는 생계를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보험 설계사 일을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 둘째 아이가 태어났다. 둘째 아이가 네 살이 됐을 무렵 한 씨는 유치원 교사에게서 "아이를 더 이상 돌보기 힘드니, 병원을 가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이상 행동에 다른 아이들에 비해 주의가 산만했던 아들은 발달 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한 씨와 김 씨는 한동안 병원을 떠나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셋째와 넷째 아이도 태어났는데 둘째 아이의 장애 진단은 청천벽력과 같았다. 남편 한 씨마저 실적 저조로 보험 설계사를 그만두면서 가세는 기울어 갔다.
◆네 자녀 돌보기도 빠듯한데 빚까지
실직 이후 김 씨는 이삿짐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이삿짐 운반에 필요한 화물차를 대출을 내서 구입했지만, 코로나 19 여파에 경기 악화까지 겹치면서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상황이다.
부부와 네 자녀는 2년 전까지 56㎡ 남짓한 아파트에서 살다가 지난해 현재 집으로 무리하게 이사했다. 둘째 아이가 밤마다 벽에 머리를 박거나 소리를 지르는 탓에 이웃의 원성을 산 탓이다.
현재 생활고로 빌린 돈에 대출까지 빚만 4억 4천만원에 이른다. 부모도 따로 대출을 내서 한 씨를 도와줬기에 더 이상 손을 내밀 곳도 없다. 매달 상환해야 하는 빚만 1천만원이지만 당장 아파트 관리비도 석 달째 밀려 단전, 단수 경고를 받았다.
가장으로서 받는 스트레스 탓에 김 씨는 최근 체중이 10kg이나 줄었다. 매일 오전 4시에 출근해 밤 늦게까지 일하느라 김 씨의 허리는 망가져 병원 치료를 받고 있지만 쉽사리 호전되지 않는다.
한 씨는 둘째 아이를 돌보느라 경제 활동을 할 수 없다. 아들이 성장하고 힘이 세지면서 한 씨 혼자 감당하기도 점점 벅찬 상황이다. 아이들이 등교한 오전이 유일하게 한숨 돌릴 시간이지만, 답답한 마음에 짬을 내 배달을 하고 있다. 오늘도 살림살이를 중고 거래 앱에 올린 한 씨는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초조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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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배만 탔는데 사업실패로 빚지고 가족과도 멀어진 채 아픈 몸 돌보는 박재호 씨에 1,827만원 전달
10년간 배만 타다가 사업 실패 후 아내 외도로 가족과 갈라서고 허리협착증으로 거동조차 힘든 박재호(매일신문 11월 8일 자 10면) 씨에 1천827만8천685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흥국시멘트상사 5만원 ▷이신덕 30만원 ▷전시형 10만원 ▷박상순 5만원 ▷이창영 5만원 ▷라선희 3만3천원 ▷권규돈 3만원 ▷신장미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이진기 5천원 ▷이장윤 2천원 ▷'지현이동환이' 1만원 ▷'따스한햇살' 5천원 ▷'지성이' 2천원 ▷'채영이' 2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척추질환에 거동도 힘든데 남편 외도로 이혼 후 홀로 딸 넷 돌보는 구민아 씨에 1,934만원 성금
남편 외도와 어머니 고별 후 우울증과 척추 질환으로 거동도 힘든데 딸 넷 홀로 돌보는 구민아 (매일신문 11월 15일 자 10면) 씨에 46개 단체, 161명의 독자가 1천934만7천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대구은행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빛명상본부 60만원 ▷스마트치과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한정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재)대백선교문화재단(정진호)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법무사김태원 2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사랑나눔624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씨티김영준치과 10만원 ▷㈜경주천마자동차 1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이구팔육(김창화) 10만원 ▷㈜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세창사출(강석원) 5만원 ▷수가성(최병기)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국선도풍각수련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대원전설(전홍영) 2만원 ▷서성상회(박형근) 2만원 ▷종로반점 1만원 ▷하나회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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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국경고재대표' 20만원 ▷'주님사랑' 10만원 ▷'김나현쌤' 7만원 ▷'구민아조은미' '구하준구하랑구하민' '김민규안다겸' '불자 정순화' '일하는손김형수' '최한태최수진' '하나님사랑' 각 5만원 ▷'류현수.미리.신지연' '지원정원' 각 3만원 ▷'드립니다' '매호중 손종하' '석희석주' 2만원 ▷'강희원(논산살)' '조희수건강회복' '지현이동환이' 각 1만원 ▷'희망금' 7천원 ▷'지성이' '채영이' 각 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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