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헤라자드 사서의 별별책] <46> 우리 ‘함께’라는 따뜻함

양유진 달성도서관 사서

일회용 가족(이봄메 글·박연경 그림/ 현북스 펴냄)
일회용 가족(이봄메 글·박연경 그림/ 현북스 펴냄)

지난해 달성도서관에 발령받고, 어린이자료실을 담당하게 되었다. 자료실 담당자로서 어린이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어, 교과연계 도서와 독후활동 키트로 구성된 꾸러미를 매달 제공하는 '북 스쿨링'(Book schooling) 프로젝트를 운영하게 되었다.

북스쿨링 프로젝트는 1학기(3~6월)와 2학기(9~12월)로 나눠서 운영하는데, 2학기가 막 시작되었을 무렵 한 학생이 종이 한 장을 부끄러운 듯 나에게 내밀었다. 그 종이는 예쁘게 꾸며진 감사장이었다. 어린이들이 편하고 쾌적하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글귀와 그 밑에는 나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나는 너무 기쁘면서도 감사장을 나에게 주는 이유가 궁금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북스쿨링 프로젝트를 1학기부터 참여하고 있는 학생이라며 "읽고 싶은 책만 골라 읽었는데 꾸러미 덕분에 다양하게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고, 감사했어요. 그래서 선생님께 주고 싶었어요"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 말이 고맙고 기뻤다.

"읽은 책 중에 어떤 책이 가장 기억에 남았니"라고 묻자 내 질문에 잠깐 고민하더니 '일회용 가족'이라는 책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며 내용도 엄청 재밌고 마음이 포근해진다며 나에게 꼭 읽어보라며 추천했다. 그래서 나는 궁금해져 책을 다시 펼쳐보았다.

제목과 표지부터 흥미로운 이 책은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어 할머니와 함께 사는 도진이의 이야기이다. 도진이의 할머니는 가족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잠시만 가족이 되어주는 '가족알바'를 한다.

보육원에서 자란 예비 신부인 최보금 씨는 시댁의 눈총을 피하기 위해 할머니에게 이모 역할을 부탁한다. 알바는 결혼식과 함께 끝이 났지만, 할머니는 딸처럼 챙겨주고 싶은 마음에 김치와 음식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차가운 반응뿐이라 할머니의 한숨이 깊어진다. 그런 할머니를 위해 도진이는 용기 내어 최보금 씨에게 전화한다. 그 덕에 최보금 씨는 할머니에게 용서를 구하고, 기분 좋게 식사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가짜'의 경계를 넘어 '진짜'로 한 걸음 다가가는 책 속 인물들처럼 가족이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휴식처가 되어주는 것이 진정한 가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편으론 가족알바를 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가족의 결손으로 인한 공허함을 일회성으로라도 채우려는 마음이 안타까우면서도 씁쓸했다.

책에서 할머니가 "사람에게 기운 빠진 건 다시 사람에게서 채우는 법이야"라고 한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가족이나 친구들과 마음을 서로 나누고, 빈자리를 채워주는 따뜻한 일상을 보냈으면 한다. 오늘은, 가족이나 친구에게 조금은 쑥스러울지라도 용기 내어 마음을 전해보는 건 어떨까?

양유진 달성도서관 사서
양유진 달성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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