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바뀐 아이들의 일상

이동원 대구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이동원 대구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얼마 전 중간고사를 마친 첫째가 금요일에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흔쾌히 허락하였다. 두 세명 정도일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당일이 되어보니, 8명이나 되었다. 나와 체격이며 키가 비슷한 중학교 3학년 남자아이들 8명이 집으로 들어오니 집이 비좁아 보였다. 아내와 나는 적잖이 당황했지만, 반갑게 아이들을 맞이하였다.

따로, 첫째를 불러 물어보니 처음에는 두 세명이였는데, 친구들이 같이 가도 되냐고 자꾸만 물어서 거절을 못 하였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거실, 첫째 방, 둘째 방을 모두 차지하고 나니 남은 가족들은 모두 안방으로 대피하였다. 저녁을 먹고 왔다고는 했지만, 이 시기 아이들의 식욕이 얼마나 왕성한지, 시켜 준 치킨과 피자는 상에 내놓기가 무섭게 빠르게 먹어 치웠다. 집 앞 과일 가게에서 과일이며 마트에서 과자와 음료수를 한 아름 안겨주었지만, 금세 동이 나 버렸다. 정말 집에 음식이란 음식은 남아나지 않았다. 한참을 먹더니, 이번에는 집의 모든 컴퓨터를 총동원해서 게임을 한다고 난리였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키득키득' 한 명이 웃으면 다 같이 웃고. 집 안을 걸어 다니는 발자국 소리가 너무 커서, 행여 아랫집이 불편할까 봐 조마조마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지내다 이번에는 동네 한 바퀴 돈다며 우르르 빠져나갔다. 아내와 나는 아이들 잠자리 때문에 집의 이불 모두를 꺼내서 정리해 두었다. 그렇게 밤늦게 돌아온 아이들. 집에 와서도 자는 것이 아쉬웠는지, 새벽 늦게까지 얘기하다가 잠이 들었다. 아침식사를 챙겨주고, 아이들을 떠나보냈다. 차마 다음에 또 오라는 얘기는 할 수 없었다. 돌아간 아이들을 보면서, 친구 집에 가서 놀고, 자고 밤 새는 그런 경험들이 쉽지 않은 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친구 집에 가서 밤새 놀고 했던 기억들이 많았었다. 코로나 시대를 고스란히 겪은 아이들은 그런 추억이 별로 없는 것 같아 안쓰럽다.

'코로나 세대.'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세대라는 신조어이다. 좁게 보면, 코로나로 인한 사회 변화로 취업 등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은 2030세대를 이르는 말로, 취업, 경제난, 미래 설계, 인간관계, 직장, 연애 등 다방면에서 문제를 겪고 있다. 그렇지만, 곧 2030세대가 될 고등학생과 중학생도 어찌 보면 코로나 세대라 할 수 있다.

2019년 12월 중국에서부터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로 2020년 3월 새 학기부터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도 못하고 대부분의 수업이 인터넷 강의로 대체되었다. 초기 수업 내용의 부실화와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과도한 노출, 그리고 체육, 미술, 음악 등 선생님과 함께 배우고 활동해야 하는 수업들이 이론 수업으로 대체되는 문제들이 대두되었다. 차츰 교육시스템이 잡혔지만, 일이 년 동안은 비정상적인 수업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교육 외적인 부분,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고 사귀고 사람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과 규칙과 규범을 지키는 생활 등을 제대로 배울 기회조차 없었다. 단체보다 혼자가 익숙하고, 대화를 할 때도 마스크 때문에 얼굴의 표정을 읽지 못하고,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는 것보다 인터넷 수업이 편하고, 수학여행, 졸업여행 등의 말들이 낯설고. 이렇게 3년을 지내온 아이들, 그리고 내년에 대학생, 사회인이 되는 아이들. '이 아이들이 2030세대가 되었을 때, 과연 어떤 세상이 되어있을까?' 분명 사회는 보다 발전적으로 변화할 것이고, 아이들이 분명 잘해 낼 것을 믿어 의심치 않지만, 학창 시절에 누려야 할 소중한 경험들을 충분히 누리지 못한 것은 무척 안타깝다.

하룻밤을 자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에게, 기말고사 치고 다시 놀러 오라는 말을 했어야 했나 후회가 되기도 하였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바꿔 놓은 우리의 일상들, 그중에서도 우리 아이들의 바뀐 일상들은 세월이 지나며 더욱 도드라질 것이다.

이동원 대구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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