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경북이 대한민국 의료폐기물 처리장인가

포항 청하에서 의료폐기물 처리 시설 건립 절차가 진행되면서 주민들이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어느 지역이든 내 집 앞마당에 혐오시설에 들어서는 데 격렬히 반발하는 건 인지상정에 가까운 수순이다. 더구나 청하에 들어서려는 의료폐기물 처리 시설 건립 상황을 추적해 보면 주민들이 무턱대고 맞서는 님비현상으로 치부하기 힘들어 보인다. 의료 쓰레기는 보통의 쓰레기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반대 논리는 일리가 있다. 매연·악취 피해는 물론 감염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부터 든다. 지근거리인 경주 안강에 관련 시설이 있는데 애써 이곳에 또 짓는 걸 이해하기도 어렵다. 전국 14개 의료폐기물 처리 시설 중 3개 업체가 이미 경북에 있다. 경기도에도 3개 업체가 있는데 그와 맞먹는 처리 용량이다. 무엇보다 의료폐기물 상당량이 수도권에서 나온다. 경북이 전체 의료폐기물의 30% 이상을 소화하고 있으니 경북이 대한민국 의료폐기물 처리장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시설은 일곱 종류의 격리의료폐기물 및 조직물류폐기물 등을 처리하게 된다. 7천78㎡ 부지에 하루 처리 용량 48톤(t) 규모라고 한다. 소규모가 아니다. 특히 인근은 드라마 촬영장이 됐을 만큼 경관도 빼어난 곳이라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시설이 들어서면 관광 효과는커녕 농수산물 판로도 막힐 수 있다는 것이다. 주민 4천700여 명 가운데 4천100여 명이 건립 반대 서명에 집단 동참한 배경이다.

이런 마당에 시설 건립을 맡은 업체의 행보도 개운치 않다. 주민들은 정치권 관계자를 비롯해 포항 지역 언론사 임원, 포항시 퇴직 공무원 등이 업체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격앙돼 있다. 전국적으로 의료폐기물 처리 시설 수도 적다. 건립만 하면 안정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하니 의심의 골은 깊어진다. 환경부 승인을 받았다 하나 시설 건립의 안심막은 아니다. 포항시가 집중적으로 고민할 것은 주민들의 안온한 삶이어야 한다. 시설 건립의 적절성을 포항시가 숙고해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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