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 우선도로'가 유명무실하다. 지정만 해뒀지 시행 넉 달이 넘도록 아는 이가 드물다는 것이다. 일방통행 행정의 폐해로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출근 시간대 보행자 안전은 무시되기 일쑤다. 외려 차량들이 경적을 울리는 일이 다반사다. 보행자가 차량을 피하지 않아도 되는 구간이라는 게 무색할 지경이다. 시민들이 '보행자 우선도로'의 개념을 모르는 현실을 탓할 수만도 없다. 재론의 여지가 커 보인다.
대구 달구벌대로 340길과 야외음악당로 39길 사이 500m 구간에 있는 '두류 젊음의 거리'는 본지 취재 결과 '보행자 우선도로'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걸어 다닐 만한 길가로는 불법 주정차 차량들이 즐비했다. 보행자가 도로 가운데로 걸어 다녀야 했다. 택시와 승용차들이 이들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곡예 통행 위에 '차보다 사람이 먼저, 보행자 우선도로입니다'라는 현실감 없는 구호가 펄럭이고 있을 뿐이었다. 주정차 차량 단속 등 실질적인 통제가 없으니 효과가 날 리 만무하다.
3억 원의 혈세가 들어갔다는 데서는 할 말을 잃는다. "인도를 차도와 공간적으로 완전히 구분하기는 힘들고 상가 이용객들의 주차 수요가 있어 엄격한 불법 주정차 단속 역시 어렵다"는 관할 구청의 해명에서 '보행자 우선도로'의 의미를 읽기 힘들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단속 일변도의 행정은 지양해야 마땅하다. 다만 법령이 자리 잡기까지 계도와 단속은 필수다. 대구에는 '두류 젊음의 거리' 등 다섯 곳이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됐다.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 3명 중 1명이 보행자다. 2020년 통계에는 보행자 사망 교통사고 대다수가 이면도로에서 발생했다. 안전을 위해 필요한 행정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방통행식 행정은 무리수일 뿐이다. 경찰청이 추진했던 '횡단보도 일시정지'가 자리 잡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는 점도 복기해야 한다. 행정이 시민 피부에 와닿으려면 충분한 정보 공유가 먼저다.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선언으로 규칙이 시민 생활에 착근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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