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적절한 투자처는 어디?

류명훈 하이투자증권 대구WM센터 PB 차장

류명훈 하이투자증권 대구WM센터 PB 차장
류명훈 하이투자증권 대구WM센터 PB 차장

돈이 갈 곳이 없다. '현금은 쓰레기'라는 원색적인 모욕을 들어야 했던 때가 불과 얼마 전인 것 같은데, 지금은 '캐시가 최고'라는 말이 유행처럼 돌고 있다. 이렇다 보니 현금에 준하는 수준의 금융상품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자본시장의 총아인 주식시장은 찬밥 신세가 따로 없다.

주식시장의 비관론자들은 투자자들의 항복이 나오기 전까지는 바닥을 논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보통 주식시장에서의 '항복'은 투자자들이 주식으로부터 금, 채권, 현금과 같은 안전한 피난처로 자금을 이동시키면서 과격한 매도세가 나올 때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패턴이 항상 맞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경기가 더 안 좋아질 테니 아직 항복성 매도가 안 나온 것 아니냐?"라고. 물론 누구도 경기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위원들도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이 경기 전망이다. 전설적인 투자자 피터 린치는 "경기를 전망하는 것은 맞힐 수도 없거니와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까지 이야기한다.

월스트리트 증권가의 구루인 켄 피셔의 의견은 지금의 약세장이 예전과는 다른 패턴을 보일 것이라는 견해에 무게를 더해 준다. 그는 "달러 베이스의 주식시장을 보면 고점에서의 하락률이 -26% 수준에 불과해 지금이 마이너한 베어마켓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는 달러 자산으로 주식시장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는 지금 상황이 심각한 위협일 수 있지만 유로나 영국 파운드, 일본 엔화 등으로 환산했을 경우에는 평균적인 약세장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예전의 약세장과는 그 뉘앙스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럼 이런 의견들을 근거로 주식 투자를 시작해야 할까?

먼저 다른 자산부터 살펴보자.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는 채권은 전 세계 최고 신뢰도를 자랑하는 미국 장기 국채물이 고점 대비 -40%나 하락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은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만기 보유를 원하는 투자자들에게는 상관없는 이야기일 수 있으나 매매 차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에게는 채권이 안전한 피난처는 아닐 것이다.

이번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안전자산의 대표 주자인 금을 보자. 금도 올해 3월 이후 -20% 이상 하락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주식시장이 -10% 수준 하락한 것을 보면 2배 가까이 더 하락했다는 뜻이다. 경기와 동행하는 부동산 시장은 또 어떠한가? 고금리 환경과 쏟아지는 매물로 인해 그 또한 내년도에 안전한 투자처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와 도망치거나 숨을 곳이 별로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항복성 매도세가 나와야 이 약세장이 끝날 것이라는 가설에 필자는 동의할 수 없다. 최근 연준 내에서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에 대한 의견이 조금씩 나오고 있는데 이것을 조지 소로스의 '재귀성 이론'(금융시장에 변화가 일어나면 그것이 가속화된다는 것)에 빗대어 보면 주식시장은 우리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조금씩 상승 기조로 돌아설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모두가 부정적인 시각으로 가득 차 있을 때 행동하는 것이 현명했다는 것은 우리가 주식시장 역사에서 숱하게 목격해 온 광경이다.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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