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민주주의 탈을 쓴 반민주주의 행태 나라를 난장판 만들어

대통령실이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 프놈펜 심장병 아동의 집을 방문했을 때 사진 촬영을 위해 2, 3개의 조명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했다. "조명이 없었다"고 대통령실이 해명했지만, 장 의원은 '외신'에 근거가 있다며 계속 '조명 설치'를 주장했다. 장 의원은 김 여사의 사진을 '빈곤 포르노'로 규정하기도 했다.

정치에서 여야가 싸우는 것은 다반사이지만 현재 대한민국 여야가 싸우는 내용을 보면 한심하고 천하기 짝이 없다. 장 의원 주장대로 설령 김 여사 사진 촬영 당시 조명을 설치했더라도 그게 그렇게 문제 삼을 일인가?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G20 환영 만찬장에서 김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 손짓을 두고 "무례하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부부다. 부부 사이에 가벼운 '손짓'으로 자신의 뜻을 전하는 것을 제1야당 최고위원이 나무랄 일인가?

과거 어두운 시절에도 주요 정치인들은 자신의 가족이나 측근의 문제가 드러나면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했다. 김영삼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 이회창 총재 등이 모두 그랬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최측근·분신이라는 사람들이 잇달아 구속됐음에도 "유검무죄 무검유죄,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궤변만 늘어놓고 있다. 국민을 얕잡아 보고 몇 마디 감언으로 현 상황을 모면할 수 있다고 여기지 않고는 그럴 수 없을 것이다.

국민 투표로 국회의원, 대통령을 선출한다고 민주주의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툭하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몰려나가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야당 대표 구속을 요구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 탈을 쓴 반민주주의이다. '시위대'를 부추겨 목적을 달성하려는 정치인들 역시 반민주주의자들이다. 자기 진영의 관심을 끌기 위한 허위 사실 유포는 권리도 아니고 자유도 아니다. 천박한 정치인들과 무책임한 대중이 한국 정치를 시궁창으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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