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고 관광지 중 한 곳인 경주는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풍부하다. 그래서인지 경주여행에 관련된 책이 숱하게 많다. 그러나 이 책은 경주의 나무와 숲에 대해 고찰한 것이라 이색적이다.
지은이는 찬란한 문화유산의 도시 경주를 나무를 따라 걷는다. 월성 주변을 산책하며 팽나무를 만나고, 동궁과 월지에서는 참빗살나무와 인사한다. 신비의 숲 계림을 천천히 걸으며 첨성대에서는 달 속의 게수나무를 본다. 칠불암의 단풍나무를 만나고, 서출지의 배롱나무와 대화한다. 문화유산 사이사이의 나무들을 만지고 대화하며 경주의 속살들을 속속들이 느껴본다.
또한 흥륜사, 보리수나무를 만나고 분황사에서는 모전석탑을 감싸고 있는 느티나무를 본다. 쓸쓸함을 덜어주는 황룡사지 감나무와 대화하고 황성공원 내 갈참나무 숲에 앉아본다. 폐사지를 거닐며 바람을 쐬고, 삶과 죽음을 성찰하게 하는 대릉원을 천천히 걷는다. 노서동 고분군에 핀 목련꽃 사이를, 자존감으로 충만한 용담정 숲길을 걸으며 나무와 숲과 소통하고 공감한다. 이처럼 문화유산과 함께 자연속의 나와 천천히 대화하면서 마음이 안정을 찾는다.
천년고도 경주는 오랜 세월 나무가 살아온 생태 숲의 도시다. 생태미학을 보여주는 삼릉의 소나무, 원성왕릉에서 느끼는 소나무 숲의 장쾌함, 서출지를 더욱 신비롭게 하는 배롱나무, 통일전에서 화살나무를 만나며 발길 닿는 경주의 곳곳에서 생태문화를 이해하게 된다.
지은이는 "누구나 한번쯤은 경주를 여행한다. 학창시절에 친구들과 함께 간 수학여행일 수도 있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자 사색의 시간을 목적으로 떠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발길이 닿는 곳은 불국사, 석굴암 등 우리가 익히 아는 관광지가 대부분이다. 결국 더해지는 건, 새로운 여행의 추억이 아니라 이전과 동일한 또 하나의 기억일 뿐이다"고 말한다.
지은이의 설명처럼 이 책은 나무를 따라 천천히 산책하면서 경주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만나고 문화유산의 생태를 살펴보면서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도록 돕는다. 경북 고령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무와 인문학, 그리고 우리 고전을 연구하고 있는 지은이기에 그의 경주 생태 산책은 독자들에게 역사와 인문 등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다. 447쪽, 2만5천원.
댓글 많은 뉴스
홍준표 "역시 MBC는 못믿겠다…중요 발언 편파적 편집"
尹 대통령 지지율 51%…탄핵 소추 이후 첫 과반 돌파
[단독] 문형배 탄핵안 발의, 국회 심사 시작됐다 [영상]
헌재 "최 대행, 헌법소원 인용시 안 따르면 헌법·법률 위반"
대통령실 前 행정관 "홍장원, 대북공작금 횡령 의혹부터 해명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