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이 힘든 팬데믹 시대를 거치며 집에서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공기 정화와 인테리어 연출은 물론 마음에 안정을 주는 식물 특유의 매력 때문일 테다. 반려동물을 돌보듯 정성 들여 식물을 키운다는 뜻의 '반려식물', 애정을 갖고 식물을 관리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식집사' 등 식물 관련 신조어도 생겨났고, 국내 식물 재배 시장 규모는 연간 600억 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이렇게 식물에 푹 빠진 식집사들에게 희소식이 있다. 피톤치드 향을 맡으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희귀 식물카페가 있기 때문이다.
◆도심 속 작은 식물원
대구 수성구 범물동에 위치한 희귀 식물카페 '메숲'. 메숲의 의미는 '산에 나무가 우거진 숲'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아파트 단지 인근 골목길에 들어선 카페 메숲은 외관부터 마치 커다란 온실을 떠오르게 한다. 앞면이 통유리로 된 건물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사방이 온통 초록초록, 마치 열대우림에 온 듯하다.
24~25평 규모의 카페 내부는 작은 다육식물부터 사람 키만 한 대형 관엽식물까지 100여 종의 식물들로 가득하다. 이곳이 카페인지 꽃집인지, 선반으로 이루어진 한쪽 벽면은 아예 식물들로만 채워져 있다. 식물마다 토분에 이름이 적혀있는데 다른 식물원이나 화원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희귀 식물들이 눈에 많이 띈다.
카페의 시그니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진짜 온실도 있다. 온도·습도·바람 등 환경을 조절해 주는 온실 속에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대형 식물들이 주로 배치된다. 크기도 무늬도 다른 다양한 식물들이 아름다운 잎사귀를 흔들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자연스럽게 '식물멍'을 때리게 된다.
짙은 녹색의 벽면과 원목 테이블로 통일성 있게 구성된 카페 인테리어도 자연스럽게 나무를 떠오르게 해 카페의 테마와 어울린다. 여기에 다소 어두운 분위기의 조명까지 더해지니 숲속에 온 듯 눈이 편안하다.
친구와 카페를 찾은 김민선(31) 씨는 "희귀 식물들을 구경하고 직접 구매할 수 있어 이곳을 자주 찾는다"며 "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초록색으로 가득해 마음이 차분해지고 힐링이 된다"고 말했다.
◆조금 특별한 일상의 루틴
카페 메숲은 한혜지(29) 대표가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 쓰고 있다. 올해 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2개월 동안 전국 곳곳을 돌며 식물들을 구하고 인테리어를 연출한 끝에 올해 5월 문을 열었다.
한 대표는 처음엔 식물 키우기를 취미로 시작했다고 한다. 대학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하고 관련 분야의 회사에 취업해 일을 해오다 금속과는 완전히 다른 성질을 가진 식물을 접하고 큰 매력을 느꼈다고.
한 대표는 "식물마다 각각의 특성에 맞는 방법으로 돌보다 보니 어느새 새 이파리가 나오고 성장하는 모습이 보여 쾌감을 느꼈다"며 "카페 운영을 생각하던 차에 좋아하는 식물과 한번 접목시켜 보면 어떨까 해서 식물카페를 차리게 됐다"고 말했다.
식물이 콘셉트인 카페답게 여느 카페와 일상의 루틴도 다르다. 한 대표는 출근해 카페 세팅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식물을 돌보기 위한 순회에 나선다. 식물에 충분히 물을 주고 빛이 골고루 들도록 조명을 손보고 온도와 습도도 주기적으로 관리한다.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는 식물들은 뿌리를 확인하고 분갈이도 해줘야 한다. 매일 세심하게 돌봐야 하는 식물의 특성상 한 대표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SNS를 보고 카페를 찾은 조영훈(30) 씨는 "집에서 다양한 식물들을 취미로 키우고 있어 카페에 관심이 갔다"며 "이곳은 애정을 가지고 식물들을 관리하는 것이 눈에 보여 다른 곳보다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음료에도 숲 향기가 솔솔
카페 메숲은 인테리어만큼이나 메뉴에도 진심이다. 원래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 목표였기에 커피에도 욕심이 많아 공을 많이 들였단다.
카페의 콘셉트가 잘 묻어난 시그니처 메뉴인 '메숲 라떼'. 유기농 새싹보리 분말을 녹인 우유를 베이스로 커피가 쌓이고 달달한 크림이 차례로 올라간다. 음료 위에는 카페에서 직접 재배하는 식물인 무늬박하 잎을 따서 올려 장식한다. 세 개의 층으로 나뉜 음료가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처음엔 크림의 달달한 맛, 커피의 쌉쌀한 맛, 새싹보리의 고소한 맛이 각각 나다 마시다 보면 하나로 섞여 오묘한 맛이 난다.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옵션이 다양하다. 카페 메숲에서만 맛볼 수 있는 '베리에이션 티'가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과일청과 허브티를 섞어 제일 잘 어우러지는 네 가지 맛으로 골랐다. 과일의 단맛과 허브티의 쌉쌀한 맛을 한 번에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자몽의 새콤달콤한 맛과 루이보스의 중후한 맛이 잘 어우러지는 '자몽 루이보스', 애플망고의 단맛에 레몬밤의 꽃향이 더해진 '애플망고 레몬밤', 유자의 단맛에 캐모마일의 꽃향으로 끝나는 '유자 캐모마일', 생강 향에 새콤한 레몬 향이 섞인 '레몬 생강차'가 있다.
한 대표는 "단조로운 음료가 아닌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음료들을 만들고 싶었다"며 "기본 음료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한 음료에서 다양한 맛이 느껴지게 했다"고 말했다.
◆카페를 넘어 문화 공간으로
카페 메숲은 단순한 카페를 넘어 다양한 문화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확장해나가는 것을 꿈꾸고 있다. 그러한 활동의 일환으로 지난 10월엔 원예치료사를 초청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원예 수업을 진행했다.
그 외에도 가드닝 클래스, 음악 감상, 독서 토론 등 카페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하려고 계획 중이다.
한 대표는 "기본적으로는 커피와 식물을 판매하는 곳이지만 거기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싶다"면서 "카페의 이름답게 손님들이 숲에서 쉬었다 가는 것처럼 편하게 와서 수다도 떨고 식물도 구경하며 쉬다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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