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포항제철소 복구현장…2열연공장 완전 복구되면 정상화 현실화 될 것

설비 구동에 핵심 역할하는 침수 모터 73% 정상가동…일일이 손으로 뜯어 고쳐
내년 2월 정상가동 목표…피해 최소화 위해 다양한 대책 마련

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2열연공장 복구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포스코 제공
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2열연공장 복구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가 23일 외부에 포항제철소 복구현장을 공개했다.

이날 둘러본 현장은 620만t(자체추산)의 흙탕물이 쏟아졌지만 직원들의 노고로 내부는 말끔했다. 쇳물을 받아 제강공정으로 옮기는 용선운반차(토페도카)가 바쁘게 움직이며 반제품(슬라브) 생산을 돕고 있었다. 고로에서는 분당 3톤(t)의 쇳물이 흘러내렸고, 1열연 공장에서는 슬라브가 롤러 테이블 위로 굴러내려 앉았다.

2열연공장은 각종 장비를 닦고 말리는 작업으로 여전히 분주했다. 이곳을 향하는 통로 곳곳에서 보이는 침수 지하설비는 직원들이 노고를 대변하듯 깔끔한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이날 한 관계자는 "뻘로 가득찬 설비를 씻어내고 새설비를 도입하는 엄청난 비용과 제품생산 지연으로 예상되는 비용까지 감수하며 복구에 들어간 회사가 포스코가 아니라 사기업이었으면 벌써 문닫았을 것"이라며 "100만명의 인력이 복구에 참여해 내년 2월 정상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태풍 힌남노로 지난 9월 6일 가동 49년 만에 처음으로 멈춰선 포항제철소가 퇴직직원까지 동원하며 정상화에 속도를 붙인 결과 현재 총 18개 압연 공장 가운데 올해 15개가 복구를 앞두고 있다.

가동 중인 1열연과 1냉연 등 7개 공장 덕분에 포항제철소에서 기존 공급하던 제품들도 올해 내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포스코 측의 설명이다.

복구 초기만 해도 고로 내 쇳물이 굳는 냉입사고 등 최악의 상황이 예상됐다. 특히 여의도 면적에 달하는 제품 생산 라인의 지하설비 침수는 설비 재가동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무너트렸다.

포스코 측은 태풍이 오기 전날 가동중단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 압연지역 완전침수에도 불구하고 인명피해가 없었다는 점을 큰 다행으로 여기며 복구에 힘을 냈다.

고로 3기를 동시에 휴풍시킨 덕분에 고로는 4일 만에 재가동됐고, 전 직원들은 압연공정 복구에 매달렸다. 개인전기차를 끌어와 불을 밝히며 밤샘 작업을 진행했고, 헤어드라이어와 고추건조기까지 동원해 설비를 말렸다.

광양제철소의 모든 명장과 전문 엔지니어들도 포항으로 달려와 설비복구에 큰 힘을 보탰다. 복구기간동안 세계 최고 수준의 조업과 정비 기술력을 보유한 인력들이 포항제철소에 모여 하나의 목표를 위해 구슬땀을 흘린 것이다.

각 공장의 설비 구동에 핵심 역할을 하는 모터는 선강 및 압연 전 공정에 걸쳐 약 4만4천대가 설치돼 있는데, 이 가운데 31%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당초 새로운 제품을 제작해 설치하기로 했으나 1년 넘는 시간이 필요한 터라, 기술자들이 직접 복구에 나서면서 침수모터의 73%를 고쳤다.

특히 최대 170톤(t)에 달하는 압연기용 메인 모터는 EIC기술부 손병락 명장의 주도아래 47대 중 33대가 복구에 성공했다. 일일이 분해하고 세척, 조립한 직원들의 노력 덕분이다.

포항제철소 핵심 공장인 2열연공장 복구기간도 예상보다 크게 줄고 있다.

2열연공장은 포항제철소가 연간 생산하는 1천350만t의 제품 중 500만t이 통과하는 곳으로, 자동차용 고탄소강·구동모터용 고효율 무방향성 전기강판·스테인리스 고급강 등 주요 제품들이 꼭 거쳐야 하는 매우 중요한 공장이다.

침수로 2열연공장은 압연기 모터에 전기를 공급하는 장치인 모터 드라이브 15대 중 11대가 고장났다. 이 소식을 들은 인도철강회사 JSW가 구원투수로 나서 자신의 설비를 내주면서 길게는 1년 이상 소요될 복구시기를 연내로 앞당겼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빠르게 보다 안전하게' 전 임직원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복구에 힘을 모으겠다"며 "초유의 위기 상황을 계기로 더 단단하고 강력한 제철소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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