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경규의 행복학교] 결혼상대자로 누가 좋을까요?

최경규

누군가를 만날 때 자신에게서 충족되지 못하는 부분을 얻을 수 있다면, 그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게 된다. 지식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지적인 친구가 끌릴 수 있고, 돈이 부족한 사람은 재테크에 밝은 친구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친구들에게서 단지 그런 장점이 있다고 해서 관계가 오래간다는 보장은 없다. 그렇다면 오랫동안 함께 하려면 매력 이외에 무엇이 필요할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내가 생각건대 바로 편안함이다. 누구를 만날 때 편안함을 가질 수 있다면 사람의 마음은 저절로 열린다. 편안함의 다른 이름은 '공감의 형성'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미혼인 후배 한 명이 결혼 상담을 위해 나를 찾았다. 두 명의 여성 중 누가 반려자로 좋을지 말이다.

한 분은 배운 것이 많은 전문직 여성이다. 젊은 나이에 이루어 놓은 것도 많았고, 사회에서 인기도 있는 편이었다. 그래서인지 후배는 언제나 긴장을 하며 시간을 보내었고, 뒤처지지 않게 끊임없이 남들의 시선 위에서 무엇을 해야만 했다.

다른 한 분은 평범한 직장을 다니지만, 항상 배우려는 의지가 강하였고, 그러한 시간을 후배와 함께 보내는 것을 좋아했다. 비록 이루어 놓은 것은 부족하지만 함께 걸어갈 시간이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후배는 말을 덧붙였다. 또한, 그는 그녀와의 시간 속에서 안정감을 더 느낀다고 표현하였다.

◆ 함께 하고픈 사람을 선택하는 기준은 편안함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후배에게는 분명 좋은 배필이 될 두 사람이다. 하지만 굳이 선택하라면 나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 그 속에서 부족함을 함께 메꾸어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처음 사랑을 할 때는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무엇에 끌리게 마련이지만, 오랜 시간을 두고 보면 끌림은 익숙함으로 변해간다. 결국 '끌림' 역시도 시간이 지나면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할 날이 온다는 의미이다.

누군가와 함께 삶을 살아가는 것은 서로 닮아가는 과정이다. 한 평생을 함께 한 노부부를 볼 때 성격뿐 아니라 얼굴까지 닮아가는 것은 함께하는 이의 영향력은 과히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 아직 사랑을 모르는 이들, 종국에는 극복할 수 없는 불편함조차 이겨낼 수 있다며 그것을 긴장이란 이름으로 즐기며 그 압박 속에서 내가 성장한다는 자의적인 해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완이 없는 긴장의 연속은 언젠가는 감정의 폭발, 이별로 마무리를 지을 공산을 크게 만든다.

나는 후배에게 질문 하나를 더 하여본다. 당신을 세상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말이다. 그런 사람이 누군지 안다면 그런 사람과 비슷한 사람을 찾으면 될 일이었다. 후배는 마시던 커피잔을 놓으며 바로 어머니라고 말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사랑하고 함께 하고 있으니 말이다.

◆영원히 편안한 사람도, 영원히 좋은 사람음 없다

부모같이 '조건 없는 희생'하는 존재를 만나기란 아주 힘든 일이지만 그와 비슷한 사람을 만날 수만 있다면 그 대상을 찾은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어머니를 떠올리면 어떤 감정이 떠오르는지에 대한 물음에 후배는 역시 "편안함"이라 말하였다. 마치 수학 공식처럼 평생 함께하고 픈 사람의 필요충분조건은 바로 여기. 편안(便安)에 있었다.

편안함의 반대말, 불편함에 대하여 잠시 말을 덧붙여 보자. 인간관계로 힘들어하는 이들, 그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바로 상대와의 불편함에서 힘든 관계가 시작됨을 알 수 있다. 불편함의 유형은 다양하겠지만, 그중 하나는 사람을 사람으로서 존중하고 좋아하질 못하고 모든 일에 조건을 붙이는 사람이다.

보기만 해도 좋을 일에 "무엇을 하면 좋겠어"라고 항상 "~라면이라는" 단서를 붙이는 사람을 보면, 내가 그를 위해 더이상 해 줄 것이 없다면, 언젠가는 떠나 버릴 것 같은 씁쓸한 마음이 밀물처럼 밀려든다면, 그 관계는 마른 장미처럼 서서히 메말라 갈 것이다. 세상에 조건 없는 사랑은 피를 나눈 사이를 제외하고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그것을 표면적으로 나타내는 사람과는 왠지 모를 거리감이 자연스레 생기는 법이다.

정말 내가 함께하고픈 사람이 누구인지를 아는 방법은 나와 삶의 결이 비슷한 사람, 그의 숨결 안에서 내가 힘들지 않고 안정을 느끼는 사람이다. 영원히 편안한 사람도, 영원히 좋은 사람도 존재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숨을 쉬는 동안 함께 하고픈 사람을 선택하는 기준은 바로 편안함이라는 것이다.

이제 올해도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성당의 종소리와 함께 울려 퍼질 크리스마스 캐럴, 추운 손을 녹일 따스한 사람을 찾고 있다면 먼저 묻고 싶다. "당신은 과연 얼마나 편안한 사람인가요?"라고 말이다. 마지막으로 내년에는 국수를 꼭 먹게 해주겠다는 후배에게 마저 끝내지 못한 이야기가 커피 향기 사이로 다시 피어난다.

최경규

최경규 심리상담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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