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24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높이는 '베이비 스텝'을 단행하며 통화 정책이 사실상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금리 인상 자체는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보여 부동산 시장을 비롯한 실물경제가 금세 호전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은은 이날 서울 중구 세종대로 본관에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에서 3.25%로 0.25%p 인상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사상 처음으로 여섯 차례 연속 인상하면서 국내 기준금리는 2011년 6월 이후 11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p 대신 0.25%p만 올린 것은 금융시장 안정을 우선한 결정으로 보인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회사채·단기금융시장 불안이 커진 탓이다. 당장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과 회사채 시장 등을 통한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하면 회사채·단기금융시장에서 유동성이 말라버리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기준금리가 빠르게 올라가면 시장금리 상승을 견인하며 채권가격 하락→투자자 수익 감소→자금 청산 가속화→채권 수요 감소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매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서영경 금통위원도 전날 국민경제자문회의와 한국금융학회 주최로 열린 정책포럼에서 "지금 상황에서는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좀 더 대내 금융안정(금리)을 고려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 인상 기조는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물가(상승률)가 목표 수준(2%대)으로 충분히 수렴하고 있다는 증거가 확실한 이후 금리 인하에 관한 논의를 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지금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역시 국내 기준금리가 내년 상반기 3.75%에 도달할 것으로 봤다. 통계청이 밝힌 10월 소비자물가는 5.7% 오르며 석 달 연속 5%대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내년 1분기까지 고물가가 지속할 수 있어서다.
금리 인상 속도가 조절되더라도 고금리가 유지되는 한 부동산 시장은 반등의 계기를 찾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내 집 마련의 자금 조달 수단인 대출의 금리 수준이 사실상 단절된 거래를 되살릴 핵심 요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PIX) 변동주기가 6개월 혹은 1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기준금리가 다시 내려가고도 한동안은 시장에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댓글 많은 뉴스
안동시민들 절박한 외침 "지역이 사라진다! 역사속으로 없어진다!"
12년 간 가능했던 언어치료사 시험 불가 대법 판결…사이버대 학생들 어떡하나
홍준표 "TK 행정통합 주민투표 요구…방해에 불과"
원희룡 "대통령 집무실 이전, 내가 최초로 제안"…민주당 주장 반박
한동훈 "尹 대통령 사과, 중요한 것은 속도감 있는 실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