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포기한 '구직 단념' 청년들의 삶이 급격한 바닥으로 치닫고 있다. 빚을 내거나 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경제적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가까스로 취업해도 청년들의 고통은 끝나지 않는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청년층에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15~29세 청년들이 느끼는 '체감경제고통지수'가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심각하다는 분석 결과까지 나왔다.
◆'취업난+생활고'에 단기 아르바이트 전전하는 청년들
취업난과 생활고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청년들을 양산하고 구직 단념 상태로 이끈다. 대구권 인문계열 대학을 졸업하고 올해로 3년째 공무원 준비 중인 이모(28) 씨는 주 5일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취업 준비에도 모자랄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그는 공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이 암울하기만 하다.
이 씨는 "휴학과 졸업 유예를 반복하며 취업 준비를 이어갔지만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취업난이 계속 이어졌다. 한 달에 교재비, 인터넷 강의, 독서실 등 20만 원이 넘게 드는 상황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공기업 입사를 목표로 단기 계약직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모 씨(24·여)도 취업에 필요한 가산점, 어학점수를 모두 확보했지만 번번이 서류 심사 단계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자신감을 많이 잃었다.
이 씨는 "자격증을 따는데 필요한 교재비, 응시료를 벌기 위해 일을 해야 하는데 퇴근하고 공부할 시간도 촉박하다"며 "50대 1에 달하는 공기업 서류전형 경쟁률 숫자를 보면 정말 암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 지난달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이 실시한 대학생 취업인식 조사에 따르면 취업 기간이 길어지는 이유는 '지식과 기술을 더 쌓기 위해'(49.5%)를 제외하면 '구직 활동해도 일자리 없음'·'전공 분야 일자리가 없음'(29%)이 가장 많았다.
대구의 한 4년제 대학교에서 근무하는 취업상담사는 "인문계 학생의 경우 저학년은 전공을 살리고 싶어 하지만 고학년이 될수록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전공과 무관한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 직무를 원하지만 일자리 부족에 따른 취업 실패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했다.
◆ 청년 경제 고통 가장 심각
가까스로 전공을 살려 취업에 성공한 사회 초년생들도 생활고에 내몰리기는 마찬가지다. 대구권 대학 졸업 후 디자인 관련 중소기업에 취업한 직장인 최모(25) 씨는 최근 급격하게 오른 생필품과 식품 가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가 상승이 런치플레이션을 부추기면서 점심값 지출부터 눈에 띄게 늘었다. 직장 인근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기를 반복하지만, 편의점 도시락 가격마저 올랐다. 집에서 쉬는 날이면 배달료(배달 플랫폼)가 3천원 이상인 가게에서는 배달도 시키지 않을 정도로 식비에 민감해졌다.
최 씨는 "월세와 주유비에 생필품 지출까지 더하면 저축은 꿈도 꿀 수 없다. 일한 지 3년이 넘었지만 모아둔 돈이 500만원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이달 14일 발표한 '세대별 체감 경제고통지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청년 체감경제고통지수는 25.1로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세대별 체감경제고통지수란 연령대별 체감 실업률과 물가 상승률을 합산해 느끼는 경제적 고통을 수치화한 것이다. 청년층의 체감경제고통지수는 30~39세(14.4), 40~49세(12.5), 50~59세(13.3)와 비교해 2배 수준이었다.
청년들의 체감 경제고통지수가 유독 높게 나온 이유로는 올해 급격하게 상승한 물가 상승이 청년들이 주로 소비하는 분야에 몰렸기 때문이다. 청년층 소비 지출 비중이 높은 음식·숙박(21.6%), 교통(12%), 식료품(8.5%) 물가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전경련은 "취업 준비 중이거나 소득이 적은 사회초년생인 청년들이 생활비 상승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 부채도 급증… 취업난에 창업했지만 빚만 쌓인다
달서구 신당동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김모(29) 씨는 3년 전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원하는 기업에 들어갈 수 없게 되자 결국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하지만 카페 개업과 동시에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부채가 쌓이기 시작했다.
김 씨는 학자금 대출 400만원에 매달 임대료 대출을 받으며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김 씨는 "매출액에서 인건비, 재료비, 프랜차이즈 로열티까지 빼고 나면 생활비도 안 나와 돈을 모을 여건이 안 된다"며 "카페를 정리하고 싶어도 주변에 취업 준비하는 친구들 얘기를 들으면 엄두도 안 난다. 이도 저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전경련에 따르면 2017년부터 4년간 29세 이하 청년층의 부채 증가율은 48.3%로, 전체 부채 증가율(24.0%)의 2배에 달했다.
같은 기간 청년층 원리금 상환액 증가율은 34.9%로, 전체 원리금 상환액 증가율(23.5%)의 1.5배 수준이었다.
청년층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2017년 24.2%에서 2020년 32.5%까지 상승했다 2021년 29.2%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대구시 일자리노동정책과 관계자는 "청년들이 3포, 5포 시대를 넘어서 7포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한다. 경기 악화와 취업난으로 청년들이 포기하는 것은 많아지는데 여전히 일자리는 구하기 힘든게 현실"이라며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원론적이 이야기보다 산업과 경제 회복이 중요하다. 아울러 지역 기업의 파이도 커져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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