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카타르야, 한국이야?"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현지 마트를 방문하고 기자가 내뱉은 첫 마디다. 분명 입구까지는 중동의 색깔이 한가득 묻어나는 곳이었는데, 내부로 들어서자 상상하지도 못한 반전이 펼쳐졌다. 진열대의 상당수가 한국 제품들로 채워져 있던 것이었다.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건 라면 코너였다. '신라면', '진라면', '너구리' 등 정통파 라면은 물론 '불닭볶음면'이나 '짜파게티' 같은 비빔라면도 구비돼 있었다. 흡사 한국의 편의점을 방문한 느낌이었다.
라면 5개입 번들의 가격은 6~7리얄 정도.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2천500원으로 국내 가격과 비슷하거나 싼 수준이었다.
카타르는 라면을 생산하는 제반 시설이 없기 때문에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다. 이곳에서 한국의 라면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무역통계업체 글로벌트레이드아틀라스(GTA)에 따르면 2021년 한국 라면의 카타르 시장 점유율은 34%로 1위를 차지했다.
냉동식품 코너에도 한류가 불기는 마찬가지였다. 냉동고에는 각종 한국식 냉동만두를 비롯해 떡국용 떡과 떡볶이용 떡 등의 식품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식초, 물엿, 불고기 소스 등 우리에게 익숙한 조미료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국 식품이 카타르에서 대중적으로 팔리는 배경에는 대중음악과 드라마 등 한류 열풍이 만들어낸 '소프트 파워'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오징어 게임'과 같은 한국 드라마가 이곳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기자가 만난 현지인 중에선 "한국 드라마를 즐겨본다"고 얘기한 이들도 다수였다. 드라마에 빠지면 주인공이 먹는 음식마저 궁금해지는 법이다.
이 밖에도 한국 유튜브를 통해 유행한 매운 라면 먹기 챌린지나 달고나 커피 만들기 챌린지도 이곳 카타르에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몇 년 전만 해도 한국 식품점에서만 볼 수 있었던 'K-푸드'는 카타르 대형 유통체인과 슈퍼마켓 체인점은 물론, 소규모의 슈퍼마켓까지 빠르게 확산하는 중이다. 심지어 전 세계 취재진들이 모이는 '메인 미디어 센터' 매점에도 한국 컵라면 제품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대구시민으로서 반가운 제품도 있었다. 바로 대구 기업 영풍이 생산하는 떡볶이 브랜드인 '요뽀기'였다. 컵과 파우치에 담긴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었으며, 맛도 다양했다. 머나먼 중동에서 고향 친구라도 만난 기분이었다.
현지인들이 떡볶이를 즐기냐는 질문에 한 매장 직원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매운맛 제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떡볶이의 인기가 늘고 있다"며 "특유의 중독성 강한 맛 때문에 많은 고객들이 찾는다. 특히 우리 매장의 사장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먹는 것 같다"고 설명하면서 엄지를 치켜들었다.
카타르 도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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