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출하자고 '야옹', 반신욕하자고 '야옹'…세상에 이런 고양이가?

산책하는 산책냥이, 물 좋아하는 물냥이…고정관념 깬 변종 고양이들

미련 곰탱이, 토끼 같은 자식, 남자는 늑대, 여우 같은 여자. 동물마다 자신이 맡고 있는 이미지가 있다. 소처럼 일하는 직원은 좋아도, 능구렁이같이 일하는 직원은 싫다. 중요한 일이 있으면 까마귀보다는 까치가 울어주기를 바란다. 더럽고 약삭빠른 쥐는 '톰과 제리' 만화영화 덕분에 용감하고 똑똑한 이미지로 신분 세탁을 하기도 했다.

여기에 자신들에게 박힌 이미지를 벗어던진 고양이들이 있다. 누군가가 덧씌워준 이미지가 아니라 자신들이 오롯이 만들어낸 새로운 모습이다. 고양이는 ○○할꺼야 라는 편견은 잠시 접어두자.

◆산책하는 고양이 앙리

앙리는 산책하는 고양이다. 반려동물이 산책하는 것이 뭐가 대수냐 싶겠지만 고양이를 키워본 이들이라면 기겁할 이야기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로 산책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밖에 나가면 패닉에 빠지는 고양이가 많다. 고양이의 행동반경은 약 100M 내외로 집 바깥은 자신의 영역 외로 생각한다. 산책을 하며 영역이 늘어나게 될 경우 그만큼을 자신이 지켜야 하는 공간으로 인식하며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이다.

앙리가 산책을 하고 있다. 보통 고양이는
앙리가 산책을 하고 있다. 보통 고양이는 '영역 동물'로 산책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밖에 나가면 패닉에 빠지는 고양이가 많다.

하지만 앙리는 아침마다 산책을 나가자고 집사를 재촉한다. 대문 앞에서 밖을 향해 쳐다보며 '야옹 ~' 울어댄다. "앙리는 저희 부부가 이탈리아에서 살 때 데려온 길냥이이에요. 길에서 살다 온 고양이라 그런지 집에 데려오고 나서도 테라스로 나가 혼자 산책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마당에 한번 데리고 나가 봤는데 꼬리를 흔들고 잔디밭에 몸도 비비며 행복해하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어요. 아 얘는 변종이다!"

앙리와 집사 김초원 씨의 산책은 여느 강아지와 비슷하게 이뤄진다. 산책을 나가자고 문 앞에서 조르는 앙리에게 초원 씨가 하네스를 채운다. 그리고 유모차를 꺼내면 앙리가 알아서 올라탄다. 공원에 도착하면 유모차에서 앙리를 끄집어 내 목줄을 채운다. 그리고 초원 씨와 앙리는 서로의 보폭에 맞춰 천천히 걷는다.

그러다 사람을 만나면 앙리는 다가가 몸을 비벼댄다. 이 모습도 예쁨 받고 싶어 하는 강아지를 똑 닮았다. 집으로 가자는 초원 씨의 말에는 울어대기 시작한다. 목줄을 잡아끌어도 힘을 주며 버티다가 결국 초원 씨의 품에 안겨 강제로 귀가한다.

앙리가 산책을 하다 풀냄새를 맡고 있다. 앙리는 자발적 산책냥이다. 산책을 즐기는 모습이 강아지 같기도 하다.
앙리가 산책을 하다 풀냄새를 맡고 있다. 앙리는 자발적 산책냥이다. 산책을 즐기는 모습이 강아지 같기도 하다.
산책을 하던 앙리가 잔디에 몸을 뒹굴고 있다.
산책을 하던 앙리가 잔디에 몸을 뒹굴고 있다. "산책은 매일 해도 즐겁다냥~"

앙리의 독특한 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보통 고양이는 집에서 이용하는 모래가 아니면 배변활동을 하지 않는다. 고양이 커뮤니티를 보면 모래를 다른 브랜드로 바꾸었더니 이내 배변을 하지 않더라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다. 그만큼 고양이는 예민한 동물 중 하나다.

그러나 앙리는 산책을 하다 배변활동도 한다. 나무 밑에서 킁킁대다가 자갈을 파서 그곳에 볼일을 본다. "그 장면을 보고 남편이랑 며칠을 깔깔 웃었어요. 고양이가 밖에서 똥을 누다니 하면서요"

사실 산책 고양이에 대해서는 안 좋은 시선이 많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기에 자신의 영역을 벗어난 산책은 동물 학대라고 보는 시선이 많다. 헤르페스, 칼라시 등 질병에 노출될 확률도 높아진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그럼에도 중요한 건 앙리의 의사 아닐까요. 수많은 고양이 중에서도 산책을 좋아하는 고양이도 있다는 거예요. 저희 앙리처럼요. 다만 강아지처럼 산책을 시키고 싶다거나 내 고양이를 자랑하고 싶다는 집사 욕심으로 집냥이를 산책시키려 하는 건 절대 하면 안 됩니다"

나르는 물을 좋아하는 물속성 고양이다. 집사들 사이에서는 3대가 공덕을 쌓아야 만날 수 있는 동물이라 말한다.
"산책 나와서 좋다냥~" 앙리가 산책을 좋아하더라도 초원 씨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꼭 해 놓는다. 산책 반경을 크게 가지지 않고 주변 공원으로 한정했다.

앙리가 산책을 좋아하더라도 초원 씨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꼭 해 놓는다. 영역 동물임을 배려해 산책 반경을 크게 가지지 않고 주변 공원으로 한정했다. 또한 주변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고양이의 특성을 고려해 사람이 별로 없고 조용한 평일 저녁 시간대를 이용한다. 혹시 모를 질병은 잦은 동물병원 방문과 약 복용으로 꾸준히 관리한다.

◆물 좋아하는 고양이 나르

나르가 욕조 안에 들어가 공놀이를 하고 있다. 뜨뜻한 물에 몸을 담궈 반신욕도 즐긴다.
나르는 물을 좋아하는 물속성 고양이다. 집사들 사이에서는 3대가 공덕을 쌓아야 만날 수 있는 동물이라 말한다.

나르는 물을 좋아하는 물속성 고양이다. 집사들 사이에서는 3대가 공덕을 쌓아야 만날 수 있는 동물이라 말한다. 그 정도로 고양이는 물을 싫어한다. 오죽하면 고양이 세수라는 말도 있겠는가.고양이 집사인 빛나 씨는 "나르는 길고양이였어요. 처음 구조했을 당시 냄새가 심하고 털에는 진드기가 엉켜 있었죠.

집에 데려와 씻기려고 보니 고양이는 물을 싫어한다는 이야기가 생각나서 아예 나르를 안고 욕조로 제가 같이 들어갔어요. 첫 목욕을 시끄러운 물 소리가 나는 샤워기로 하지 않고 미리 받아둔 물로 해서 그런지 나르는 그때부터 물을 좋아하게 됐어요. 소리에 민감한 고양이 특성을 어쩌다 보니 간파해 버린 거죠"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르는 자처해서 물에 뛰어든다. 물 속에서 공놀이를 하고 뜨뜻한 물에 몸을 담궈 반신욕을 즐긴다.
나르가 욕조 안에 들어가 공놀이를 하고 있다. 뜨뜻한 물에 몸을 담궈 반신욕도 즐긴다.

고양이의 절대다수는 물을 싫어한다. 바로 야생의 본능 때문이다. 지금 사람 곁에 가까이 지내는 고양이들의 조상은 '사막 고양이'다. 이들은 대개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오랫동안 살아왔다. 사막이 대부분인 그곳은 물이 흔하지 않았으므로 물 자체가 익숙하지 않아 두려움을 느끼는 유전자가 지금까지 면면이 이어져 온 것이다.

또한 야생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고양이들에게 털이 몸에 젖는 것은 큰 두려움이었다. 털은 물에 젖으면 몸이 무거워지고 자연스럽게 활동성이 떨어져 민첩하게 움직이지 못하므로 적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는 능력이 급감한다. 또한 고양이는 깨끗한 동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하루 2~3시간 자신의 몸을 핥는 그루밍을 통해 깔끔하게 단장한다. 이 때문에 수의사들을 고양이가 싫어한다면 굳이 목욕을 시키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르는 자처해서 물에 뛰어든다. 물 속에서 공놀이를 하고 뜨뜻한 물에 몸을 담궈 반신욕을 즐긴다.

하지만 나르는 자처해서 물에 뛰어든다. 물속에서 공놀이를 하고 뜨뜻한 물에 몸을 담가 반신욕을 즐긴다. 이 때문에 집사 김빛나 씨도 귀찮은 일이 많아졌다. 빛나 씨가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가면 나르는 그 앞을 지키고 섰다. 샤워하는 빛나 씨를 구경하기 위해서다.

물이 얼마나 좋으면 물로 씻는 제 주인까지 관찰하겠는가. 변기 뚜껑 위에 올라 앉아 구경하다 빛나 씨에게 다가가 발로 물줄기를 툭툭 친다. 샤워만 하고 나오려는 빛나 씨를 나르가 막아서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 욕조 마개를 떨어뜨리며 물을 받으라고 재촉하는가 하면 욕조 테두리에 올라서서 하루 종일 야옹댄다.

"샤워만 하지 말고 욕조에 물 받고 씻으라는 신호에요" 빛나 씨가 욕조에 들어가면 나르는 그제야 울음을 그치고 동반 입수한다. 이 때문에 집사는 입욕제도 못 넣고 맹물에 몸을 담근다. 하지만 그 덕분에 집사는 청결한 인간이 됐다.

"목욕한지 얼마 됐다고 또????" 나르가 욕조에 안에 들어가 물을 받으라고 시위를 하고 있다.

나르의 물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빛나 씨가 설거지를 할 때도 옆에 다가와 장난친다. 물줄기에 손을 갖다 대며 자신의 털을 촉촉하게 적신다. 다른 고양이에 비해 물도 많이 마시는 편이라고 한다. 하지만 소리에 민감한 다른 고양이처럼 드라이기를 싫어해 몸을 말리는 데는 몇 시간이 걸린다.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드라이기를 못 쓰니까 타월로 말러야 해요. 그러면 족히 몇 시간을 털어줘야 바짝 마르죠. 다른 집사들은 나르를 보고 목욕 시키기 편해서 부럽다고 하는데.. 그 목욕을 너무 자주 하니 문제죠(웃음) 하지만 나르가 행복하면 저도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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