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고독한 훈련사' 강형욱이 던진 질문

tvN Story ‘고독한 훈련사’…반려견과 반려인 관계에 대한 고민

'고독한 훈련사' 포스터. tvN Story 제공

이른바 '개통령'으로 불리며 반려견 훈련사로서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강형욱. 그가 주로 의뢰받아 찾아가는 곳은 도시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그가 지리산과 담양을 찾았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반려견들을 만나기 위함이다. 과연 그는 그 곳에서 무엇을 발견했을까.

◆지리산을 찾은 강형욱이 발견한 것

tvN Story '고독한 훈련사'는 지금까지 강형욱이 출연했던 프로그램과는 벌써 배경부터가 다르다. 녹음이 우거진 지리산의 둘레길을 따라 강형욱이 오르고 또 오른다. 그곳에 살고 있는 반려견과 반려인을 만나기 위함이다. 그는 그 길을 걸으면서 "개들하고 이런 인도를 산책하는 걸 너무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도시의 도로는 목적 지향적이다. 그러니 구불구불 이어지는 재미가 없고 일직선으로 뻗어 있기 마련이다. 걷는 재미가 별로일 수밖에 없다. 또, 사람들을 자주 마주치니 가끔 반려견의 목줄을 풀어주기도 하는 여유가 없다. 혹여나 행인들이 놀랄 수도 있어서 짖거나 달려드는 걸 목줄로 단단히 통제하며 산책하게 된다. 강형욱은 슬쩍 이 차이를 드러낸다. 도시에서 하는 산책과 이러한 자연 속에서의 산책은 얼마나 다른가 하는 걸.

그가 처음 찾아간 곳은 이효리가 인연이 되어 반려견을 가족으로 맺어준 쪼코, 섬돌이, 말랑카, 말랑구네 집이었다. 본래 쪼코 한 마리밖에 없었는데 이효리가 그 한 마리가 너무 쓸쓸할 것 같다며 제주도에서 유기견을 데려오는데 그게 바로 섬돌이였다. 분명한 차이는 반려견들이 목줄도 없이 자유롭게 마당을 뛰어다닌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섬돌이는 야생의 본능이 있어 홀로 목줄을 해놨지만, 쪼코 같은 경우는 그 둘레길을 찾는 사람들의 안내견 역할을 하고 있었다. 내버려둬도 사람들과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잘 지내는 반려견들. 그 차이는 환경에 있었다.

'고독한 훈련사'의 한 장면. tvN Story 제공

두 번째로 찾아간 막스와 미르네 집에서도 더할 나위 없는 보호자들을 만나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에 강형욱은 보는 것만으로도 미소를 지었고, 세 번째 집에서 만난 보더콜리 토리는 양치기 개로서의 엄청난 에너지로 끝없이 달려드는 모습에도 그것이 이곳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데 놀라워했다.

그런 이색적인 광경은 이곳 실상사 작은 학교라는 대안학교에 사는 보더콜리 새벽이에게서도 발견되는 모습이었다. 아이들이 농구를 할 때 마치 심판이라도 보는 듯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새벽이의 모습은 완벽한 양치기 견의 본능을 보여줬다. 그런 모습을 보며 강형욱은 이런 개들이 도시에서라면 분명히 문제를 일으켰을 거라고 말했다. 아파트 생활을 주로 하는 반려견들은 도시에서 살아가며 이웃들과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야 하기 때문에 '훈육'이 필요하게 됐다는 것. 그게 아니면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강형욱이 출연하고 있는 KBS '개는 훌륭하다'는 그런 도시에서 살아가는 반려견들이 보호자나 이웃들과 생겨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프로그램이다. 강형욱은 그 문제를 관찰하고 반려견의 행동이 어디서 생기는가를 찾아낸 후, 보호자의 잘못된 훈육 등과 더불어 반려견의 행동도 교정해준다. 그 과정에서 때론 화를 내기도 하고 반려견과 격투에 가까운 힘겨루기를 벌이기도 하지만 '고독한 훈련사'는 같은 인물인가 싶을 정도로 강형욱의 기분 좋은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도시에서 자연으로 왔을 뿐이데, 도시에서는 문제가 되어 행동 교정까지 해야 되는 상황이지만 이곳에서는 그런 게 전혀 필요 없이 개도 사람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 강형욱은 문득 자신이 해온 훈련사로서의 길이 맞는 건가 하는 생각에 빠진다.

'고독한 훈련사'의 한 장면. tvN Story 제공

◆강형욱이 묻고 최재천 교수가 답하다

결국 강형욱은 평소 존경하는 스승 최재천 교수를 찾아간다. 몇 주 동안 담양, 지리산도 다녀왔다며 환경이 너무 좋았다는 강형욱은 거기서 분명 서울에 살았으면 문제가 있었을 개들인데 아무 문제없이 지내는 것에 놀라웠다고 했다. 도시에서라면 맨날 짖어서 층간소음으로 민원이 끊이지 않았을 개지만 시골에서는 낯선 사람의 침입을 막아주기 위해서라도 짖어줘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이 되곤 했다는 것. 그걸 보고 강형욱은 "내가 지금까지 개를 보고 관찰하고 훈련하고 알려드렸던 정보가 어떻게 보면 도시라는 곳에서 살기 위한 교육이었지 진짜 사람과 개가 잘 사는 방법은 아니었을 수 있겠구나"를 느꼈다고 했다.

강형욱의 고민과 질문에 대해 최재천 교수는 명쾌한 답변을 내놨다. 늑대가 인간과 함께 지내는 개가 된 것을 진화학적으로 보면 인간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늑대가 인간을 선택해준 거라고 했다. "용어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말하는 최재천 교수는 "우리가 반려견이라고 부르는데, 반려인"이 맞다고 했다. "개들이 우리를 반려인으로 선택해 준 것"이라는 것. 이러한 관점의 변화는 반려견이라는 표현 자체가 얼마나 인간 중심적인 생각에서 나온 것인가를 말해준다. 대신 우리가 개들의 반려인이라는 관점을 갖게 되면, 좀 더 겸손하게 바라볼 수 있고 어떻게 하면 반려견들에게 좀더 자연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을까를 생각할 수 있다는 거였다. 최재천 교수의 답변에 강형욱의 얼굴은 밝아졌다. 무언가 명쾌한 해답을 찾은 그런 얼굴이었다.

강형욱은 최재천 교수에게 최근 자신이 가진 고충도 털어놨다. 해외에서 같이 공부했던 유럽의 훈련사분들이 "역겹다"고 메시지를 보낸다는 것. 10년 전의 그와 지금 방송을 통해 보여주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 다르다는 거였다. 억울함을 느끼는 듯 강형욱은 답답해했고 유럽의 그들과 우리의 차이를 항변했다. "너희가 한국에서 살아봤어?"라고 홀로 되물었다는 것이다. 유럽이야 밖으로 나가면 산책할 공원도 많고 마당 있는 집들도 많아 반려견들에게도 좋은 환경이 제공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거였다. 그러니 이곳에 맞는 공존의 방법을 찾으려 했던 것이라고 스스로 강변했지만, 그 자신도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고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고 했다. 강형욱의 고민은 그래서 이 부분에서는 한국 사회 특히 도시의 환경문제를 에둘러 꼬집는 이야기가 되고 있었다.

'고독한 훈련사'의 한 장면. tvN Story 제공

◆반려견이 행복해야 반려인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건

'고독한 훈련사'는 이처럼 강형욱이 갖고 있는 이율배반적인 고민을 통해 우리 사회의 생태환경 문제를 끄집어낸다. 즉, 현재의 도시화된 환경 속에서 반려견이 공존해 살기 위해서는 그 자연 그대로의 삶이 아니라 적당한 훈육과 행동교정이 요구된다. 하지만 그것 자체가 인간 중심적인 사고방식이고, 그러한 사고방식은 진정한 개들과의 '공존'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강형욱은 당장 도시에서 인간과 함께 사는 데 적응해가는 반려견 사이에서 일종의 타협점을 찾아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것이 궁극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독한 훈련사'가 강형욱의 고민을 통해 화두처럼 던지는 질문은 반려견들을 본래의 생태대로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주는 환경으로 돌아가는 것이, 결국은 인간 또한 생태적인 삶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이라는 걸 에둘러 말해준다. 결국, 반려견과 반려인의 관계는 자연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대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반려견에게 진정한 행복을 찾아주는 반려인의 자세는, 그래서 자연을 보존하고 본래대로 되돌리려는 인간의 자세와 등치된다.

물론 당장 변화할 수는 없지만 최재천 교수는 생각의 변화가 실제 삶을 변화해나갈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실제로 '고독한 훈련사' 3회는 도시에서 반려견과 보다 나은 공존을 고민하는 여러 사례를 보여준다. '고독한 훈련사'를 통해 강형욱이 던지는 새로운 질문이 도시의 보다 진화된 반려문화를 불러일으킬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