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하다 하다 이젠 가뭄도 윤 대통령 책임인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과연 정상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지 의심케 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25일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고 복역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사건을 만들어 덮어씌우기' 수사의 희생양으로 묘사하면서 검찰이 자신도 한 전 총리와 같은 처지로 몬다는 투로 말하더니 28일에는 광주·전남 지역의 가뭄이 마치 윤석열 대통령 책임인 것처럼 말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광주·전남 지역에 가뭄이 심각하다. 50년 만에 가뭄이라고 한다. 지금 도서 지역에 제한 급수가 이뤄지고 광주 지역까지 제한 급수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과거 왕조 시대에는 기근이 발생했다고 해도 왕이 책임을 졌다. 왕이 몸소 몸을 움직여서 기우제를 지낸 것이다. 그 나름 고통을 감수한 것"이라고 했다.

의식 수준의 유치(幼稚)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이 왕조 시대인가? 윤 대통령이 왕이고 기우제를 지내야 된다는 것인가? 가뭄은 기압, 습도 등 비가 올 자연적 조건이 마련돼야 해소된다. 그러니 윤 대통령 탓을 아무리 한들 광주·전남 지역의 가뭄이 해소될 리 만무하다. 그렇게 된다고 해도 그것은 극히 낮은 확률의 우연의 일치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이 대표의 사고는 미개(未開)한 주술(呪術) 단계에 머물고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가뭄 같은 자연재해의 책임을 왕을 비롯한 특정인에게 지워 희생 제물로 삼는 게 바로 주술적 사고다. 이런 사고 체계를 가진 인사가 제1야당의 대표라는 현실이 참담하다.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비극이자 희극이다.

21세기 대명천지 대한민국 제1야당의 대표라면 민생을 괴롭히는 자연적·사회적 현상에 정부가 잘 대처하지 못하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민생을 위하는 가장 현실적이고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이 대표와 민주당은 이태원 압사 사고를 기를 쓰고 윤석열 정부 탓으로 돌리는 행태가 보여주듯이 '기승전-윤석열 정부'이다. 치졸하고 저열(低劣)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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