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에는 축구 밖의 격전지가 있다. 바로 문화다. 월드컵에 출전하는 각 나라는 전 세계인의 시선이 집중되는 이곳 카타르에서 자기의 문화를 홍보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었다.
카타르에서 열리는 '문화 각축전'에 한국의 위치가 매우 높다는 걸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바깥을 돌아다니다 보면 현지인이나 타국 방문객들이 "한국인이냐"며 먼저 말을 걸어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중 대다수는 한국 문화에 호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다. 보통은 BTS 등 'K-팝'이나 한국 드라마에 대해 가장 많이 얘기한다.
현지 마트 역시 중동에서 한국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다. 한국 라면은 물론이고, 만두나 떡볶이 같은 각종 먹거리까지 쉽게 볼 수 있다.
카타르에 10년간 살고 있다는 한 교민은 "한국 드라마 등 콘텐츠가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며 "카타르 넷플릭스에 한국 콘텐츠는 매번 순위권에 오른다. 덕분에 교민들의 어깨에도 힘이 들어간다"고 했다.
카타르 도하의 전통시장 '수크 와키프'(souq Waqif) 인근에 있는 한국관광홍보관에 가면,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월드컵 기간에 운영되는 이곳은 100㎡ 규모로 K팝 펌프, 인생네컷 사진관, 오락실 게임 등 한국 문화를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마련돼 있다. 홍보관 한쪽에는 외국인들이 사극을 통해 많이 접했을 한복 체험부스도 있다.
한국과 우루과이의 경기가 끝난 뒤인 지난 24일 오후 9시 30분(현지시간)에는 예정된 특별 공연이 있어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몰렸다. 세계 각지에서 온 수백 명의 인파가 홍보관 무대를 중심으로 빽빽하게 둘러싼 모습이었다. 바로 옆에 있는 미국 홍보관 방문객이 10여 명에 불과한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공연은 예정보다 30분가량 늦게 시작했지만, 그사이 자리를 떠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격파와 발차기 등 태권도 시연과 사물놀이 등 본격적인 행사가 이어지자 관광객들은 탄성을 지르며 무대를 지켜봤다. 인파가 몰려들자 일부는 공원에 있는 벤치 위에 올라가 무대를 지켜보기도 했다.
자신을 카타르인이라고 소개한 에스피아 씨는 "한국 배우인 공유를 정말 좋아한다. '도깨비'는 한 회도 빠지지 않고 전부 다 봤다"며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컸는데, 오늘 한국 홍보관에서 공연까지 진행한다고 해 찾아왔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번 월드컵이 문화로 승부를 겨루는 대회였다면, 한국은 명실상부 우승 후보 중 하나였을 것이다.
카타르 도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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