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건설현장 침묵의 살인자, 일산화탄소

박영식 안전보건공단 대구광역본부 교육센터장
박영식 안전보건공단 대구광역본부 교육센터장

코로나19 유행 이후 새로운 여행방법으로 캠핑과 차박이 떠오른 지금 겨울철만 되면 텐트 및 차량내부 난방장치에 의한 질식사고 뉴스를 접하곤 한다. 11월 5일 강원도 원주의 한 오토캠핑장 텐트 안에서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사고의 주된 요인을 난방장치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로 보고 있다.

어린 시절 연탄보일러를 사용하던 기성세대는 일산화탄소 중독의 위험성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일산화탄소는 산소부족에 따른 불완전연소에 의해 생성되며, 호흡을 통해 신체로 들어오면 혈액 내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과 결합하여 산소 운반능력을 떨어뜨린다.

그 결과 산소부족에 의한 질식이 발생하고 노출시간이 길어지게 되면 점차 의식을 잃고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위험한 일산화탄소이지만 그 자체는 무색, 무취, 무자극성의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존재의 여부는 물론 농도의 짙어짐을 사람이 느끼는 것은 힘들다. 일산화탄소를 "침묵의 살인자"라 부르는 이유다.

그럼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는 생활환경 내 난방장치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가 일하는 산업현장에서도 매년 일산화탄소 중독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겨울철 건설현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지난 10년간(11~20년) 건설현장에서는 78건의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질식재해가 발생해, 68명이 사망하였는데 그 중 26명이 겨울철 콘크리트 보온양생 작업 중 사망했다.

콘크리트는 물, 시멘트 및 자갈을 혼합하여 사용하는 건축자재로서 이를 굳히는 과정을 양생이라고 한다. 겨울철에는 콘크리트 성분 중 물이 얼었다 녹았다 하며 콘크리트 강도가 저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 안에 갈탄, 숯탄 등의 연료를 태워 온도를 유지한다. 그 결과 보온양생 작업을 하는 공간은 산소는 떨어지고 일산화탄소가 가득한 죽음의 공간으로 변하게 된다.

올해 1월 대구 북구의 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는 보온양생 장소에 출입한 작업자 4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지난해 11월 수성구의 한 건설현장에서도 갈탄을 피워 콘크리트를 말리는 양생작업을 하다가 4명의 작업자가 쓰러지기도 했다.

이와 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첫 번째 일산화탄소 발생의 원인이 되는 갈탄, 숯탄 난로를 사용하지 않고 전기열풍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갈탄 난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일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갈탄 난로의 대안으로 사용되고 있는 등유 열풍기, 멘탄올 고체연료 또한 연소에 의해 열을 발생하므로 질식재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두 번째 담당자는 콘크리트 보온양생 공간에 질식위험 경고표지를 부착하고, 허가받지 못한 자가 출입하지 못하도록 통제해야 한다.

세 번째 콘크리트 보온양생 공간에 출입할 때에는 작업 전 산소 및 일산화탄소와 같은 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하고, 충분한 환기를 거친 뒤 송기마스크 또는 공기호흡기 같은 보호구를 착용 한 뒤 출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근로자에게 질식재해의 위험성과 재해발생시 대처방법에 대해 교육해야 한다.

모든 안전규칙은 과거의 사고로부터 작성되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필요 없는 안전규칙은 없으며, 지키지 않아도 될 안전규칙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나와 동료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우리 모두 안전규칙을 숙지하고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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