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는 자유이며 희망이었고 저항이며 그리움이었다. 비틀즈는 여기가 아닌, 또 다른 세상이 있어야 한다는 꿈을 나에게 심어주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 꿈은 아직도 유효하다. 아직도 미완성이다."
소설가 김훈의 글 '비틀즈와 나' 일부다. 그는 이 글에서 군가와 뽕짝이 지배적이던 당시 비틀즈의 출현을 "천지개벽과 같았다"고 회상했다.
이처럼 비틀즈는 20세기를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다. 젊음, 저항, 변혁을 향한 요구 등은 비틀스 시대를 상징한다. 젊은이들은 기득권 세력에 철저히 대항하며 정치·경제·사회의 변혁을 요구했고 비틀즈에 열광했다.
올해는 전 세계 비틀즈 팬에게 있어 조금은 특별한 해다. 비틀즈는 60년 전인 1962년 10월 5일, 오늘날 우리가 기억하는 4인 밴드의 모습을 갖추고 싱글 '러브미두'(Love me do)]를 발표하며 공식 데뷔했다. 1970년 팀이 해체될 때까지 13장의 앨범을 냈고, 이들의 인기는 해체 이후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비틀즈 데뷔 60주년을 기념하는 헌정공연이 대구서 열린다. 오는 17일 중구 종로에 있는 몬스터즈크래프트비어에서 열리는 '비틀즈 데뷔 60주년 기념 & 존 레논 추모 공연: 더 비틀즈'다. 대구비틀즈팬클럽이 마련한 행사다.
비틀즈 트리뷰트(tribute‧헌정) 밴드 '애플스'와 '시틀즈', 재즈밴드 '김명환 트리오', 포크록밴드 '호우앤프랜즈' 등 4팀이 무대에 오른다.
비틀즈 트리뷰트 밴드는 비틀즈처럼 옷을 차려 입고, 비틀즈가 썼던 악기로 노래와 사운드를 재현한다. 세계적으로 비틀스 트리뷰트 밴드는 500여 개. 외모부터 합주, 가창력까지 높은 '싱크로율'로 팬덤을 구축한 영국의 'The Cavern Beatles', 미국의 'Rain', 'The Fab Four' 등은 전 세계를 돌며 투어공연을 하기도 한다.
애플스와 이날 1960년대 빈티지한 사운드를 재현하며 대중적으로 유명한 비틀즈의 곡을, 시틀즈는 비틀즈 공식 데뷔 이전 곡을 비롯해 비틀즈의 초기 음악을 들려준다. 김명환 트리오와 호우앤프랜즈는 자신들의 음악적 스타일로 재해석한 비틀즈 음악을 선보인다. 음악평론가 김영훈이 진행을 맡는다.
정경호 대구비틀즈팬클럽 회장은 "비틀즈 공연은 이젠 만날 수 없고, 트리뷰트 밴드 공연마저도 대구에선 접하기 힘들다"며 "존 레논이 사망한 12월에 맞춰 비틀즈 곡을 라이브 연주로 접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공연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대구비틀즈팬클럽은 2015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비틀즈 멤버 폴 매카트니 공연이 계기가 돼 탄생했다. 당시 공연 관람을 했던 이들이 이후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자연스레 모임이 만들어졌다. '대구비틀즈모임'이란 이름을 써오다 올해 이름을 바꿨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26명의 회원이 활동한다.
[출연진 가이드]
◆애플스
국내 첫 비틀즈 트리뷰트 밴드다. 폴 메카트니 역의 정신의학과전문의 표진인이 2001년 결성했다. 멤버 탈퇴로 2006년 팀 해체를 겪었으나 2012년 존 레논 역의 수학강사 이종민과 조지 해리슨 역의 의료기기 연구원 이두희가 합류하고, 2013년 링고 스타 역의 세션 드러머 박서주가 합류하며 활동을 재개했다. 이들은 한국밴드 최초로 지난 8월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International Beatleweek 2022'(비틀위크) 무대에 서며 화제를 모았다. 비틀위크는 비틀스 트리뷰트 밴드에게는 꿈의 무대로, 초청된 밴드에겐 비틀즈가 데뷔했던 리버풀의 '캐번클럽'에서 공연을 하는 영광이 주어진다.
◆시틀즈
2020년 대구에서 결성된 비틀즈 트리뷰트 밴드다. 조지 해리슨 역의 해리 서와 폴 메카트니 역의 이준을 중심으로 존 레논 역의 최세윤, 링고 스타 역의 김영건이 멤버로 활동한다. '처음부터 하나씩 비틀즈의 시작부터 밟아서 가자'란 목표로, 비틀즈의 함부르크 시절 음악에서 시작해 데뷔 전 캐번클럽‧데카레코딩 시절의 음악으로 레퍼토리를 넓혀가고 있다. 내년 비틀즈 데뷔앨범 'Please Please Me' 발매 60주년을 맞아 전곡 연주공연도 준비 중이다. 2020년 첫 공연 때 존 레논 역의 부재로 함께 무대에 오른 게 인연이 돼 객원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멘틀즈'의 김준홍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김명환 트리오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드러머 김명환이 이끄는 재즈밴드다. 이들은 2012년 한국 대중가요를 한국적인 재즈로 편곡하며 우리 몸에 맞지 않는 듯한 재즈를 누구나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정서를 가진 음악으로 재탄생시켜 주목받았다. 건반을 맡고 있는 성기문은 국내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뮤지션으로 '봄여름가을겨울'의 건반 주자로도 활동한다. 그는 건반 연주 외에 밴드의 음악적 방향성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베이스는 네덜란드에서 수학한 젊은 뮤지션 김찬옥이 담당한다. 이날 공연에선 재즈 스타일로 편곡한 비틀즈 음악을 만날 수 있다.
◆호우앤프랜즈
대구에서 활동하는 포크록밴드다. 감성적이고 일상적인 사랑이야기, 자연과 사람들의 모습을 담담하면서도 섬세하게 풀어내는 점이 특징이다. 기타와 하모니카를 맡고 있는 리더 호우는 1996년 데뷔 이후 웨딩플래너라는 일을 겸하며 곡을 쓰고 앨범을 내는 등 자신 만의 방식으로 대구음악계에 자리 잡았다. 그밖에 기타 박은상, 베이스 최지희, 건반 서진교, 드럼 최권호가 멤버로 활동한다. 호우앤프랜즈는 현재 데뷔 10주년 기념앨범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초 발매할 2장의 앨범엔 리더 호우가 2017년 싱글 발매 이후 만든 자작곡 가운데 엄선한 20곡이 담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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