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책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 그리고 '나 자신'

책을 읽다 잠시 멈춘 한때 나를 들여다본다… '읽는 생활'
속초 한 서점에서 찾은 책과 사람… '우리는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책의 유용성을 논하는 것이 민망해진 시대라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책을 통해 답을 찾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갑니다. 나이와 직업, 상황에 따라 독서의 목적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은 공부나 과제를 위해서 읽어야 할 때가 많고, 직장인들은 업무 능력 향상이나 재테크 등을 위해서 책을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소개한 두 권의 책은 독서를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묵묵히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나를 가꾸는 읽기란 어떤 모습일까요? 책과 삶이 만나는 풍경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읽는 생활'의 표지

◆단어들 사이에서 발견한 '나의 이야기'

책 '읽는 생활'(임진아 지음)은 '책' 자체를 이야기합니다. 책을 닮은 나를 상상하며, 책을 읽듯이 나를 느리고 낯설게 읽어가는 것도 자신과 가까워지는 방법이 됩니다. '읽는 생활'에서 작가는 책을 읽다가 문득 생각을 멈추게 만드는 단어가 있다면, 잠시 읽기를 멈추고 그것으로부터 펼쳐지는 '나의 이야기'에 집중해보기를 권합니다. 그간 정리되지 않았던 고민을 알아차리게 될 수도 있고, 결정하지 못했던 문제에 답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음에 남은 자국이 더 단단한 나의 생각을 만들고, 부지런히 나를 길러낼 것이라 강조합니다.

이 책은 작가가 읽고 그리고 쓰는 사람으로서 매일매일을 기록한 독서록입니다. 꾹꾹 눌러 접어둔 페이지에 자리한 유년기 여름방학의 속독 교실, 우표 수집 책, 이제는 읽는 용도로만 펼치는 고교 시절 다이어리에 대한 이야기부터 학창 시절 자주 들르던 서점에서 키우던 내일의 취향, 낯선 여행지를 순식간에 동네의 분위기로 바꿔주는 작은 책방 등 독서에 얽힌 선명한 추억들, 그리고 읽는 사람에서 쓰는 독자로 자세를 바꾸는 동안 누리게 된 기쁨과 두려움, 책을 이루는 풍경의 한편을 차지하는 사람과 공간이 안겨주는 위로까지 풍성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책과 관련된 자신의 추억을 이야기하면서 저자는 독서의 즐거움에서 더 나아가 다 같이 '쓰는 독자'가 되길 권합니다. "오늘 하루에 어울릴 문장을 찾아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이후로, 읽는 생활이 더욱 즐거워졌다"면서 말이죠. 그러면서 조금씩 글을 써보는 경험을 통해서 생활 속의 '사고'는 글에서 '사건'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나 자신과 건강하게 거리를 둘 수 있는 힘도 키우게 될 거라고 권유합니다.

'우리는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의 표지

◆강원도 속초 서점에서 발견한 책, 그 속의 보물

'우리는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김영건 지음)의 저자인 김영건 동아서점 대표는 속초에서 3대째 서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속초를 '닭강정'의 도시에서 '책의 도시'로 만든 동아서점은 이제 '속초' 하면 떠오르는 자동 완성어가 됐고, 여러 작가들이 사랑하는 서점으로 이름 나 있습니다. 동아서점을 찾는 많은 이들은 공간이 주는 아늑함과 함께 대형서점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이곳만의 남다른 큐레이션을 가장 큰 매력으로 꼽습니다.

책은 저자가 서점에서 만난 사람들과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흔히 쓰는 '독서 에세이'라는 말 대신 자신의 책을 '독서생활문'이라고 부르는 모습에서 책을 통해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그의 태도가 엿보입니다. 이 책에는 "하루하루의 발랄한 기지개보다 일터에서의 고민과 삶에서 마주한 고민, 내면의 성장을 향한 집념 같은 것"이 촘촘히 담겨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에 대한 글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조던 스콧이 쓰고 시드니 스미스가 그린 그림책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는 말을 더듬는 한 아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이는 다른 친구들처럼 유창하게 말하지 못하는 자신을 답답하게 여깁니다. 학교에서 발표를 망치고 귀가한 어느 날, 아버지는 아이를 강가에 데려가 강물을 보여주며 너도 저 강물처럼 말한단다"라고 말해줍니다. 강물의 움직임을 느끼며 아이는 깨닫습니다. 그저 한 방향으로 흐르는 줄만 알았던 강물도 소용돌이 치고, 굽이치고, 때로는 더듬거리며 흘러간다는 사실을요. 아이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수긍하고, 그 모습 그대로 살아가기로 합니다. 이외에 다양한 책의 세계를 보여주면서 독자들도 함께 책의 세계로 가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