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요가 다녀왔습니다

신경숙 지음/ 달 펴냄

"매일매일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것만큼 실력을 늘게 하는 일은 없다. 그건 어린이나 젊은이나 노인이나 마찬가지다. 무슨 일이든 오늘 이만큼 하고, 내일 이만큼 또 하고, 모레 이만큼 또 해놓고 나중에 살피면 이만큼이 산이 되어 마주 서있다."

'리진', '외딴방', '엄마를 부탁해' 등 국내는 물론 전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한국 문학의 지평을 넓혀온 신경숙 소설가가 15년 만에 신작 에세이를 펴냈다.

에세이의 소재는 그가 소설쓰기만큼이나 오래 해온 '요가'다. 마흔이 될 즈음, 체력이 다해가는 것을 느끼며 시작한 것이 어느덧 15년이 넘었다.

요가는 이제 작가에게 한 끼 식사처럼, 그의 삶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됐다. 여행을 떠나서도 도시 근처의 요가원을 찾아 나서고, 여행 가방 안에는 항상 요가 매트가 들어 있다. 여행지 숙소에서도 매일같이 태양 경배 자세, 머리 서기 등 아사나(자세)와 호흡법을 반복한다. '요가 다녀왔습니다'는 그가 이렇게 요가를 하며 지내온 순간과 느낌들을 고스란히 담은 책이다.

책에는 요가에 대한 얘기뿐만 아니라 소설가의 글쓰기, 요가원을 방문하는 다정한 이웃들에 대한 얘기가 담겨 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오전 9시까지 글을 쓴 뒤, 요가하러 가는 것이 일상의 자연스러운 패턴으로 자리 잡은 그의 일상. 그는 요가를 하고부터 일상의 면면을 섬세하고 고요하게 응시하는 한편, 마음이 어수선할 때는 자세도 흔들흔들해진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책은 "나 요가하러 가요!"로 시작해 "요가 다녀왔습니다"로 마무리된다. 소설가의 삶 한 켠에 깊이 자리 잡은 요가를 통해 우리는 삶 속에서 이어가야 할 자세를 알게 된다.

하나의 자세를 달성하기 위한 성취보다는 다음 동작을 물흐르듯 이어가는 행위에 가까운 요가. 하나의 자세는 다음 자세를 이어 부르고, 자세를 유지하는 동안에도 숨을 멈추지 않고 계속 들이마시고 내쉬어야 한다. 무엇이든 멈추지 않고 계속해보는 것, 그것이 바로 삶 전반에서 우리가 취해야 하는 자세인 것이다.

이와 더불어, 작가는 코로나19로 오래 멈췄던 요가원을 다시 방문하며 깨달은 점 한 가지를 덧붙인다. "후퇴해도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을 얻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나는 알고 있다. 다시 시작해도 나는 앞으로 점점 더 요가 실력이 후퇴하리라는 것을. 그럼에도 요가를 계속 하기로 한다. 뒤로 물러나는 것들이 남겨놓을 무늬들을 끌어안기로 한다."

208쪽, 1만4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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