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이젠 예산안까지 단독 처리하겠다는 거야(巨野)의 폭주

더불어민주당의 폭주가 내년도 예산안의 단독 처리로 치닫고 있다. 절대다수 의석이니 못 할 것이 없다는 오만이다. 정략적 이득 추구에만 골몰하는 정당에 표를 몰아주면 민주주의 정체(政體)가 어떻게 망가지는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여당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무력화한다면 수정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며 단독 처리 방침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28일 (행정안전부) 경찰국 관련 예산 등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사업 예산이 '옳지 않은 예산'이라며 "옳지 않은 예산을 삭감한 민주당 수정안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안"이라고 했다.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의 증액에 정부가 동의해 주지 않으면 2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는 정부 원안을 부결시키고 윤 정부의 주요 정책 예산을 삭감한 민주당 단독 수정안을 강행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동의 없는 예산 증액은 불가능하지만 삭감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상임위별 예산 심사에서 민주당은 '이재명표 예산'을 마구 늘렸다. 이 대표가 추진해 온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예산, 임대주택 관련 예산, 주거 급여 지원 예산 등이 그런 것들로, 상임위에서 신설 또는 증액해 예결위로 넘긴 규모는 3조4천억 원에 이른다. 정부 예산을 자신들의 생색 내기용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면 윤석열 정부의 주요 정책 예산은 마구 깎았다.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용산공원 조성 사업, 청와대 개발·활용, 공공주택 분양,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예산은 물론 행정안전부 경찰국,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 등을 대폭 삭감했다. 이런 '수정안'이 통과된다면 윤 대통령의 공약 사업은 대거 좌초할 수밖에 없다.

야당의 예산안 단독 처리는 헌정 사상 유례가 없다. 이는 우리나라가 절대다수 의석의 야당에 의해 헌정 관행이 무너지는 '무늬만 민주주의' 국가임을 공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민주주의의 발전과 후퇴는 국민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렸다는 평범한 진리를 민주당이 재확인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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