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드컵] 한국 16강 진출 성공 비결은…인내로 쌓은 '빌드업 전략'

각본없는 드라마 '알라이얀의 기적'…'빌드업 축구' 성공적 이식 뚝심 증명
부상에도 풀타임 출전 손흥민…감독 공백 상황에도 선수·코치진 흔들림 없는 신뢰

3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16강 진출에 성공한 대표팀 선수들이 기뻐하며 그라운드에서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연합뉴스
3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16강 진출에 성공한 대표팀 선수들이 기뻐하며 그라운드에서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연합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를 하루 앞둔 1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카타르 국립 컨벤션센터(QNCC)에 마련된 미디어센터(MMC)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를 하루 앞둔 1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카타르 국립 컨벤션센터(QNCC)에 마련된 미디어센터(MMC)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벤투호'가 조별리그에서 보여준 활약은 '각본없는 드라마'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자력으로는 16강에 진출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 속 강호 포르투갈을 극적으로 꺾었다. 여기에 우루과이마저 가나를 2점차로 이기면서 다득점에 앞선 한국의 16강 진출이 확정됐다. 그 순간 우리 국민들이 느꼈을 환희와 기쁨은 어떤 드라마도 줄 수 없는 것이었음이 분명하다.

벤투호의 드라마는 완전히 자력으로 일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운에만 기댄 것도 아니다. 태극전사들은 세계 최고의 무대인 월드컵에서 당당히 '한국의 축구'를 보였다. 매번 좋은 결과를 낸 건 아니었지만, 1차전부터 보여준 일관된 경기력 그리고 일관된 축구 철학이 한국을 16강으로 인도한 것이다.

◆벤투의 확고한 '빌드업' 철학…결국 성공해

2018년부터 4년여 간 한국 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파울루 벤투 감독의 철학은 분명했다. 바로 수비진에서부터 목표의식이 정확한 패스로 전진하는 '빌드업 축구'를 구사하는 것. 차근차근 패스를 전개해 나가며 최대한 높은 공 점유율을 유지하다가 상대 위험지역에서의 빠른 패스로 득점을 노리는 게 핵심이었다.

벤투 감독의 부임 이후부터 한국은 상대의 실력에 눌려 후방에서 롱패스만 보내는 소위 '뻥축구'를 지양했다. 다만 빌드업 축구 특성상 역습의 위험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에, 일각에선 강팀을 상대로는 수비 위주 전술을 써야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자신의 철학을 꿋꿋이 밀고 나갔다. 불통으로 비치는 태도도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자기 고집에 불과하지만, 성과를 만든다면 '뚝심'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빌드업 축구는 완성도를 높아졌다. 과감한 패스가 강점인 황인범과 안정적으로 볼을 배급하는 정우영(알사드)의 중원 조합이 잘 자리 잡으면서 공격 전개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고 정확도도 높아졌다.

그 결과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만의 축구를 펼칠 수 있었고, 강팀 포르투갈을 꺾어내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벤투 감독은 한국에 빌드업 축구를 성공적으로 이식하면서 자신의 뚝심을 증명해낸 것이다.

◆부상 딛고 싸운 주장 손흥민…마스크도 투지 가릴 수 없었다

손흥민은 H조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왼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월드컵 개막을 불과 3주 앞두고 안와골절 부상을 입고 수술까지 해 경기에 뛰지 못해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이었지만, 모든 경기를 풀타임 소화한 것이다.

손흥민은 안면 보호마스크를 쓰고 죽기 살기로 뛰었다. 마스크를 착용하다 보니 시야도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다. 슈팅 타이밍은 늦었고 패스 시야도 좁았다. 공중볼 다툼에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수술 후 팀에 합류하다 보니 선수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도 부족했기에 아쉬운 장면도 많이 보여줬다.

조별리그 상대 팀 3팀(우루과이·가나·포르투갈)도 이런 손흥민의 부상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여러 제약으로 손흥민의 수비 반경이 줄어든 점을 노려 왼쪽 측면에 공격 역량을 쏟아부은 것이다. 자연스레 왼쪽 측면 수비수인 김진수의 수비 부담이 커졌다. 포르투갈의 선제골 역시 이런 수비 사각지대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손흥민은 역시 한국의 주장이었다. 중간중간 안면 보호 마스크를 벗어 손에 들고 뛰었다. 기존 부상부위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위험천만한 행동이었지만, 그만큼 손흥민이 간절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결국 손흥민은 결국 손흥민은 경기 후반 추가시간 단독 드리블에 이은 패스로 황희찬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했고, 팀의 16강행을 견인했다. 경기가 끝난 직후 손흥민은 마스크를 집어던지며 눈물을 흘렸다. 그간의 손흥민을 짓눌렀던 부담감과 16강 진출에 대한 간절함이 동시에 드러난 장면이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파울루 벤투 감독과 손흥민이 21일 오전(현지시간) 결전지인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을 답사하던 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파울루 벤투 감독과 손흥민이 21일 오전(현지시간) 결전지인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을 답사하던 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기적의 밑거름 된 믿음의 축구

지금의 벤투호는 선수들과 코치진과의 단단한 신뢰로 감싸져 있다. 4년이란 시간이 만든 또 다른 결과물이다. 이따금 외풍이 흔들기도 했지만, 이들 사이의 믿음은 결코 변하지 않았다.

이는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상황별 전략 전술을 모든 선수들이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벤투 감독이 레드카드를 받아 포르투갈전을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능수능란하게 전술의 변화를 수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날 경기 전날 벤투 감독은 "오랜 기간 동안 합을 맞췄다. 나를 대신할 코치들이 많다. 선수들이 많은 영향을 받진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전략이나 전술을 알아서 잘 펼쳐줄 것"이라며 무한한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러한 믿음의 힘은 선수단 사이에서도 잘 작동했던 것으로 보인다.

역전골의 주인공 황희찬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투입 전부터 흥민이 형이 '하나 해줘야 한다. 할 수 있다'라고 얘기해줬고, 투입 후에도 동료들이 같은 이야기를 해줘서 정말 듬직했다"고 말했다.

카타르 도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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