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까지만 해도 '올해 겨울이 추울까' 의심했지만 12월이 되자마자 칼 같이 겨울 날씨가 찾아왔다. 기온이 뚝뚝 떨어지는 겨울이면 따뜻한 커피도 함께 생각나기 마련인데, 이런 날씨는 아메리카노보다는 카페라떼가 더 잘 어울린다. 카페라떼가 추운 겨울 떨고 있는 우리들의 몸을 감싸줄 것처럼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을 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대구지역 카페 중 카페라떼가 맛있는 곳을 알아보다 시민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대구 라떼 3대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큰 카페는 아니지만 카페라떼 하나 만큼은 유별나게 맛있다고 입소문을 타고 있는 카페 3곳을 찾았다. 모두 동네에 위치한 작은 카페였지만 골목길을 뒤져 찾을만큼 훌륭한 맛과 편안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 작지만 편안하고 커피엔 진심인 '커피플라자'
남구 대명동 앞산순환도로 앞산맛둘레길 제1공영주차장에서 '대덕식당'과 '앞산온천골' 사이 골목길을 약 200m 가량 내려가다보면 작은 카페가 보인다. 1층이 진한 녹색으로 칠해진 건물에 '커피플라자(Coffee Plaza)'라고 적힌 작은 간판이 보인다.
카운터 옆 큰 가죽에 씌여진 메뉴를 살펴보면 '블랙'과 '화이트'라는 큰 분류로 커피 메뉴를 구분해놨다. '블랙'은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 '화이트'는 카페라떼다. 카페라떼를 '스트롱', '노멀', '바닐라', '시나몬' 등으로 나눠놓았는데 '스트롱'과 '노멀'은 우유의 양에 따라 커피의 맛을 다르게 즐길 수 있다는 뜻이고 '바닐라'와 '시나몬'은 향과 시럽을 첨가했다는 점이 다르다.
주력 메뉴라 할 수 있는 '화이트 노멀'을 마셔봤다. 라떼라고 하면 보통 아메리카노보다 커피 맛이 세지 않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커피플라자'의 카페라떼는 우유와 커피의 맛을 균형감있게 맞춰 커피우유가 아닌 우유가 들어간 커피를 마시는 느낌을 줬다. 커피플라자의 김지후 대표는 "최상의 라떼 맛을 위해 라떼 전용으로 원두를 블렌딩해 사용하고 커피 추출을 할 때 들어가는 원두의 양을 늘려 진하게 뽑는다"고 말했다.
카페라떼에 들어가는 원두는 인도와 브라질 등의 원두로 커피의 바디감을 높이고 에티오피아 원두를 첨가해 약간의 산미를 만들어낸다. 이를 중강배전으로 볶아서 사용한다. 우유로 인해 커피의 향과 맛이 묻히지 않는 데에 집중한 것. 김 대표의 커피를 향한 뚝심또한 라떼만큼 진하다. 커피 이외에 다른 음료는 없고, 아메리카노와 라떼의 원두를 가는 그라인더도 따로 사용해 맛이 섞이지 않도록 한다.

묵직한 카페라떼만큼 이 곳의 인테리어도 묵직한 편안함을 자랑한다. 입구와 카운터는 자연 채광이 들어와 밝은 분위기지만 바로 옆 방은 짙은 고동색의 소파와 낮은 밝기의 조명으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젊은 층이 '코지(cozy)'하다고 표현하는 아늑한 느낌의 인테리어다.
김 대표는 "'커피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을 거친다'는 원칙은 끝까지 지킬 것"이라며 "작지만 편안하게 커피를 즐기는 카페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 '얼죽아'에게 딱인 아인슈페너, '데우스커피'
수성구 지산동 도시철도 3호선 황금역 인근 주택가 안에 자리잡은 '데우스커피'는 많은 카페라떼의 종류 중 '아인슈페너'로 유명하다. '비엔나커피'라고도 불리는 아인슈페너는 커피에 생크림을 올려 만든다. 대개는 아메리카노 위에 크림을 올리지만 '데우스커피'는 라떼 위에 크림을 올린다.
'데우스커피'만이 가진 아인슈페너의 특징은 크림과 커피의 특징을 문자 그대로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차갑게 만든 카페라떼 위에 무심한 듯 생크림 두 숟갈을 올린 아인슈페너를 한 모금 마시면 크림의 달콤한 맛과 함께 씁쓸한 커피의 맛도 함께 들어온다. 두 개의 맛이 입 안에서 자기 주장을 강하게 하는 느낌이다. 게다가 이 크림, 한 잔을 다 마실 때까지 가라앉거나 섞이지 않고 차분히 커피를 덮고 있다.
아인슈페너가 차가운 음료다 보니 한겨울에도 찬 음료를 좋아하는 소위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외치는 젊은 층들에게 인기가 많다. 따뜻한 카페라떼도 '플랫화이트'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약 140㎖ 분량으로 진한 커피 맛을 느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 밖에 초코쿠키, 당근케이크, 까눌레 등 베이커리 메뉴도 있다.
이 곳을 운영하는 서민석 대표는 "아인슈페너를 만들 때 커피와 우유, 크림이 섞여서 나중에 커피 맛이 사라지지 않도록 만드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우선 원두는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과테말라 등 중남미 산 원두를 중강배전해서 준비한다. 고소하게 만들어 커피 자체의 향과 맛을 살리려는 전략이다. 서 대표는 "크림이 커피에 쉽게 섞이지 않게 하는 게 아인슈페너의 핵심"이라며 "이 부분은 가게의 영업비밀이라 가르쳐드릴 수 없는 점 양해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주택가 골목 안에 살짝 숨어있는 카페라 찾아오기 힘들 것 같지만 이미 이 곳은 지역민들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몇 달 전부터 '아인슈페너 맛집'으로 소문이 난 곳이다. 게다가 카페 내부의 인테리어 또한 단순하고 수수하지만 그 점이 오히려 깔끔하고 커피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부분의 인테리어는 서 대표의 셀프 인테리어 작품이라고. 특히 북쪽 창문이 한옥 창살처럼 돼 있는 것이 독특한데, 카페를 열기 전 집주인이 쓰던 창인데 내부 인테리어와 어울려서 고치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
서 대표는 "커피 맛을 계속 변함없이 유지하는 것과 함께 다른 도시에도 제가 만든 아인슈페너를 소개할 수 있도록 매장을 열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 인쇄골목의 활기와 정체성을 커피에 담는 '롤러커피'
대구 중구 남산동 인쇄골목 안에 가면 점심시간마다 인근 직장인들이 줄을 서서 커피를 사는 곳이 있는데 바로 '롤러커피'다. 백종환 대표는 "카페 이름은 인쇄할 때 활자에 잉크를 바르는 롤러에서 따왔다"고 말했다.
오전 8시부터 문을 여는 '롤러커피'는 오전에는 인쇄골목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점심시간에는 인근 오피스빌딩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커피로 활력을 선사하려 노력한다. 그렇다보니 커피를 만드는 곳은 활기찬 댄스음악이 흐르고 손님을 응대하는 직원들의 목소리도 크고 활기가 넘친다.
'롤러커피'의 카페라떼는 기본 사이즈인 7온스(oz)와 진하게 마실 수 있는 5온스로 나뉜다. 우유의 양이 차이가 나는데 5온스가 우유가 더 적게 들어가므로 더 진한 카페라떼를 즐길 수 있다. 7온스 카페라떼를 마셔봤더니 역시 커피와 우유의 균형이 알맞게 잡힌 부드러운 맛이다. 7온스를 미터법 단위로 환산하면 210㎖인데 한 모금씩 마시면서 줄어드는 게 아쉬울 정도다.
백 대표는 "단 맛을 원하는 손님을 위해 시럽 대신 '마스코바도'라고 하는 비정제 설탕을 구비해놓고 있고 오트밀을 이용한 라떼도 주문가능하다"며 "자기 입맛대로 맞춰 주문이 가능한 게 우리 카페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 곳 역시 원두는 콜롬비아, 브라질, 과테말라 등 중남미 원산지 원두를 카페라떼 전용 원두로 블렌딩해 사용한다. 독특한 것은 백 대표가 이 블렌딩 원두에 '헬베티카(Helvetica)'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점이다. '헬베티카'는 대표적인 영문 고딕체 활자 이름인데, 커피만큼 인쇄와 활자를 좋아하는 백 대표가 해당 분야에 대한 애정을 담아 지은 이름이다. 백 대표는 헬베티카 원두 판매용 포장 봉투에 붙이는 라벨을 헬베티카 활자와 레터 프레스기를 이용해 직접 만든다. 아메리카노를 만드는 원두는 '길 산스(Gill Sans)'라고 해서 또 다른 글꼴의 이름을 붙였다.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전시나 행사도 다양하게 치러진다. 최근에는 '공원의 미래'라는 주제로 달성공원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사진전시회가 열리기도 했다. 백 대표는 "'점포를 늘려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도 많지만 일단 '롤러커피'가 대구에 자랑할만한 '커피 노포'로 만드는 게 저의 큰 목표"라며 "이를 위해 커피 맛부터 손님 응대, 지역민을 위한 행사 등 다양한 방면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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