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일 아침] 여론조사와 선거

허신학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

허신학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
허신학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난적 포르투갈을 누르고 극적으로 16강에 올랐다.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응원하고 기뻐했다. 물론 벤투 감독의 월드컵 대표팀이 모든 과정에서 박수만 받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비판의 방향은 최소한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정치에서 이런 일이 가능할까?

견제와 균형은 제도적인 것이지만, 정책이 공공의 복리에 부합하고 사회가 공정하고 정의로운 방향으로 가는지는 사람의 문제이다.

선거를 통한 민주적인 선출 제도를 가지고 있지만,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정치인이 국민의 뒤통수를 치는 일은 허다하다.

12월 첫째 주 한국갤럽이 실시한 조사 내용이 매우 흥미롭다.

장래 대통령감에 대한 선호와 다음 국회의원 선거 결과 예측에 대한 결과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장래 대통령감 선호도(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정치지도자, 즉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십니까?)를 묻는 질문에서 정치지도자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어디로 향하는지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조사 결과 장래 대통령감으로 2022년 대선 이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줄곧 1위를 차지하고 있고 2위와는 2배 이상 격차로 앞선다. 여권에서는 정치 초년생인 검사 출신 한동훈 법무장관이 가장 앞서고 있다.

현 시점에서 위 결과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위 결과를 액면 그대로 보면 민심은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바란다는 점이다.

이재명, 한동훈 등 기성 정치 문법과는 다른 방식으로 성장한 정치인이 선두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여권에서는 한동훈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기성 정치인을 누르고 있고, 야권에서는 이재명 대표를 제외하고 장래 정치 지도자로 꼽히는 인물이 없다.

다음으로, 다음 국회의원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되면 좋을까 하는 질문이다.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이 당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49%로 절반 가까이 나타났다. 무당층에서도 여당보다 야당 승리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총선을 겨냥한 조사가 조금 이른 감은 있지만, 총선에 대한 프레임이나 어느 쪽이 승리할 것 같은지를 물어보는 것은 정당 지지율과는 다른 성격을 가진다.

정당 지지도는 현재 시점에서 정당에 대한 지지와 호불호를 반영하지만, 선거는 30%의 무당층도 투표에 참여하기 때문에 현 정부에 대한 평가가 선거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선거 프레임은 항상 정권 심판이냐 안정이냐 둘 중 하나이기 때문에 국정 지지율이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된다.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표심이 그 방향을 좇아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선거 때마다 대통령 지지율이 좋을 때는 '대통령과 함께', 지지율이 나쁠 때는 '대통령 탈당' 등과 같은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역대 선거를 잠깐 돌아보면 시사하는 점이 많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임기 4년 차인 2016년 4월에 치러진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123석,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이 122석, 국민의당과 정의당, 무소속이 55석이었다. 20대 국회는 박근혜 정부에서 힘의 균형을 맞추었으나 문재인 정부와 함께한 시간이 더 길었다.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발목 잡기가 가장 심했고, 역대 국회 중 가장 일하지 않는 국회라는 오명을 얻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4년 차인 2020년 4월에 치러진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일하지 않는 국회를 심판'하는 선거였다. 국민은 여당에 180석이라는 압도적인 힘을 몰아주었다.

일할 수 있도록 의석을 몰아줬지만 180석에 대한 정치 효능감은 떨어졌고, 그 분노는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에서 '차악을 뽑는 선거'로 치러졌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30%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반전의 동력이 잘 보이지 않는다. 선거는 심판을 기본 속성으로 하면서 다수결이다. 다수결이 옳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시대의 국민 정서를 가장 잘 반영한다.

국민은 '누가 이길 것인가'보다는 '누구를 위한 정치인가'에 더 관심이 있다.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국민을 위해 잘 사용하는 편이 항상 승리할 것이다. 여론조사는 그런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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