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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윤종 산기평 신임 원장 “효율적 R&D 시스템 만들겠다”

취임 100일 앞두고 매일신문과 인터뷰…‘후원적 리더십’ 표방
지역사회와 소통 강화-적극적 현장의견 수렴으로 체질 개선

지난 5일 매일신문과 인터뷰 중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전윤종 원장.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지난 5일 매일신문과 인터뷰 중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전윤종 원장.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 신서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이하 산기평)이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다. 다른 이전기관과 비교해 '조용히 자기 할 일 하는' 기관이었던 산기평은 수장 교체를 계기로 지역사회와 소통에 적극 나서는 등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지난 9월 7일 자로 취임한 전윤종(54) 신임 산기평 원장은 '세일즈맨'을 자처하며 대구경북을 비롯해 전국을 누비고 있다. 하루 평균 이동거리만 해도 200~300㎞에 이를 만큼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다.

전 원장은 통상 전문가다. 전북 군산제일고를 나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93년 제36회 행정고시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2014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총괄과장을 시작으로 FTA정책관, 통상협력국장, 무역위원회 상임위원을 거쳐 통상교섭실장 자리까지 올랐다.

국가 연구개발(R&D) 자금을 집행하는 산기평 수장으로서 높은 기업 이해도를 지닌 것이 강점이라는 평가다. 통상 전문가로서 수많은 기업을 만나며 기업의 연구개발 욕구를 몸소 체득했다.

특히 첫 현장방문 일정으로 대구 기업인 ㈜대동을 방문할 만큼 지역사회에도 관심이 많다. 최근에는 지역 8개 R&D 관련 기관과 협의체 구성을 논의하기도 했다. 기관 혁신을 이끌고 있는 전 원장으로부터 목표와 비전을 들었다.

-오는 15일이 취임 100일이다. 그간 어떻게 보냈나?

▶내부적으로는 조직의 업무를 파악하고 중요한 현안을 점검하는 데 집중했다. 외부적으로는 R&D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업종별 협회, 단체, 학회 등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그분들이 원하는 R&D 시스템이 무엇인지, 산기평이 무엇을 도울지, 어떻게 하면 우수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산기평 원장직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통상 업무를 담당하면서 국가는 기술력을 가졌을 때 국력이 극대화된다고 느꼈다. 통상 분야에서는 다소 개념적이고 추상적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기술력 발전의 원동력은 결국 R&D다. 산기평에서는 보다 현장 가까이서 기업이 R&D로 신제품도 만들고, 매출과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제 경험이 조금이나마 국가와 기업의 기술경쟁력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면 더한 보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산기평이 생소할 수 있다. 기관 소개부터 부탁드린다.

▶산기평은 주로 산업부 산업기술 연구개발사업의 기획, 평가, 관리를 지원하는 R&D 전문기관이다. 2009년 설립 이후 R&D 예산이 계속해서 확대되면서 산기평이 관리하는 사업도 많아지고 조직 규모도 확대됐다. 올해 말을 기준으로 약 3조원의 정부 R&D 사업을 관리하고 있다. 근무 인원은 약 500명이다. 최근에는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R&D를 전담 관리하는 중책을 맡아 대일 소부장 의존도를 낮추는 데 기여했다. 국내 12개 R&D 전문기관 중 업무영역이나 규모 면에서 최고의 기관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첫 현장 일정으로 대동을 방문한 이유는 무엇인가?

▶대구는 섬유와 기계 등 전통적으로 강점을 보유한 제조산업에서 다음 먹거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농기계 생산 기업인 대동은 ICT 기술을 바탕으로 4차 산업과 결합해 미래농업을 위한 자율주행 농기계를 개발 중이다. 최근에는 스마트 모빌리티 공장까지 준공했다. 신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기업을 보면서 R&D 지원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지역 산업발전에 관심이 큰 것 같다.

▶이전 공공기관으로서 지역사회와 상생협력하고 지역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 기관의 책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산기평은 100% 정부 출연금으로 운영된다. 때문에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을 자체적으로 추진하기는 어려운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산기평이 보유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산업을 강화하며 대구경북 발전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전개해 나갈 것이다.

지난 5일 매일신문과 인터뷰 중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전윤종 원장.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지난 5일 매일신문과 인터뷰 중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전윤종 원장.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가?

▶대구경북이 발전하려면 가장 먼저 산업 성장에 초점을 둬야 할 것 같다. 산업이 발전해야 지역의 생산, 투자, 분배, 소비가 원활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지역인재가 지역을 벗어나고 지역기업은 인력 부족을 토로하는 것도 지역산업 기반이 튼튼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그래서 산기평은 앞으로 R&D를 통해 지역의 산업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유관기관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 이미 대구시와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지역의 R&D 수요를 발굴하고 아젠다화하는 협력기구도 만들 생각이다.

-임기가 3년이다. 어떤 목표를 세웠나?

▶취임할 때 4가지를 말했다. R&D 투자 가속화를 통한 기술주도 혁신성장 촉진, R&D 전략기획 고도화로 산업기술 생태계 확대, 수요자 중심의 평가관리 시스템 가동, 업무효율과 직원 사기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스마트 경영 본격화가 그것이다. 3년 이내에 뭔가를 크게 바꾸기란 쉽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임기 말에는 이런 경영목표를 달성해 '기술기반 산업강국으로 가는 길에 산기평이 큰 역할을 했구나'라는 평가는 정부와 연구계, 국민으로부터 듣고 싶은 소망이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체질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

▶국제정세를 보면 기술이 한 나라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지금도 미중 반도체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범위를 좁혀보자. 연구현장에서 만난 중소기업들은 진행 중인 기술 개발이 기업의 존폐를 결정하므로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의 R&D 시스템은 이런 노력을 다 담을 수 있는가, 너무 관리적이지는 않은가 고민하게 된다. 연구현장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제도적으로 잘 뒷받침하고 효율적인 R&D 시스템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본인의 리더십을 정의한다면?

▶후원적 리더십(Supportive Leadership)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취임하면서 직원들에게 '어떤 이슈가 있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저를 필요로 하면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 함께 할 것이니 말해달라'고 했다. 어떤 조직이든지 직원은 대표가 그들의 희망 사항을 실현해 주길 바랄 것이다. 그래서 직원들과 활발한 소통을 통해 파트너십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서로 화합해 함께하는 목표를 만들고 혁신하는 기관으로 발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각오 한 마디 부탁드린다.

▶국가 R&D가 우수한 성과를 창출하려면 정부-관리기관-연구기관 등 3주체가 협력해 혁신해야 한다. 민간은 혁신을 주도하고 관은 이를 뒷받침하는 구조가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곧 국가혁신에 이르는 길이자 산기평이 나아갈 방향이다. 지역의 미래산업에 대해서도 꾸준한 관심을 가지려고 한다. 대구경북은 우수한 제조기반과 연구개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기존 산업 외에도 미래차, 로봇, UAM, 바이오 등 신산업 기반이 갖춰져 있다. 기반이 있다는 것은 확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런 분야에서 융복합이 활발히 일어날 수 있도록 관련 R&D 지원을 약속드린다. 산기평은 지역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 지역산업이 성장과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 나갈 것이다.

지난 5일 매일신문과 인터뷰 중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전윤종 원장.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지난 5일 매일신문과 인터뷰 중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전윤종 원장.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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