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이렇게 친절하게 잘 설명해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이용자의 이 말 한마디에 내 마음이 뜨끔했다. 사실 그렇게 친절하지 않았다. 평소와 같이 무미건조한 말투로 이용자를 응대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감사하다고, 좋은 하루 보내시라고 인사하고 돌아서는 노년의 이용자를 보면서 나는 오늘 어떤 마음으로 어떤 말을 하고 있었나 스스로를 돌이켜보았다.
감정노동. 실제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는 무관하게 직무를 행해야 하는 감정적 노동을 감정노동이라고 하며, 이러한 직종 종사자를 감정노동 종사자라고 한다. 도서관 사서 역시 감정노동 종사자 중 한 직업군이다. 도서관 이용자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가끔 응대하기 힘든 이용자를 만나면 나의 감정이 많이 소모됨을 느낀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용자의 말에 내 마음이 따뜻함으로 충전되었다. 그리고 그저 그런 태도로 응대하는 사서에게 감사하다 인사하는 이용자의 마음은 어땠을까를 생각하니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 무렵 눈에 들어온 책이 '엄마의 말 연습'이다.
"엄마의 말은 순간이지만, 아이의 가슴에는 평생 남습니다"라는 책 표지의 문구가 마음에 와닿아 희망도서 바로대출 서비스를 이용하여 빌려 본 책이다. 초등학교 교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저자는 직접 아이들을 키우면서 경험한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상처 주는 말이 무엇인지, 반대로 아이들의 자존감을 키워주는 '존중의 말'은 무엇인지를 이 책을 통해 정리했다.
몇 해 전 아이를 낳고 키우며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말과 태도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지만 그 마음이 가끔은 삐뚤게 표현이 되기도 한다. 사랑하는 내 아이에게도 말 연습이 필요하듯이 우리 사회에도 서로를 위한 말 연습이 필요하다.
이 책의 저자는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우리가 하는 말의 기본이라고 했다. 아이의 행동과 말이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먼저 그 마음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상대방의 마음과 생각을 무조건적으로 존중해줘야 하다니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존중받았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아주 기분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서로의 말 한마디에 상처받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옛 속담도 있다. 말에 대한 속담이나 격언이 셀 수 없이 많을 정도로 우리가 하는 말은 힘과 무게가 있다. 내가 내뱉은 말은 순간이지만, 누군가의 가슴에 평생 남는다면 나는 어떤 말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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