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1쪽=마라톤 5m" 들어는 봤나, 같은 반·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뛰는 '독서마라톤'

대구2·28기념학생도서관, 지역 초·중·고 대상 독서마라톤 챌린지 운영
목표 완주쪽수 달성 위해 독서… 개인 56명, 단체 10팀 189명 완주 성공
오는 18일까지 도서관 1층 로비에서 챌린지 참가자 결과물 전시

대구2·28기념학생도서관의 독서마라톤 챌린지에 참여한 북구 연경초 학생들이 완주 기념으로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난 세 줄 이상 안 읽는다'는 밈(meme, 인터넷상에서 유행하는 콘텐츠)이 있다. 몇 해 전부터 1020 사이에서 유행하는 이 밈은 영상 매체에 익숙한 젊은 층이 글 읽는 걸 얼마나 싫어하는지 잘 알려준다. 세 줄 이상만 넘어가도 읽기 싫은데 책은 오죽할까. 문해력 향상을 위한 독서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학생들은 책 보단 유튜브를 가까이하니 교육당국도 고민이 깊다.

이러한 가운데 대구2·28기념학생도서관(이하 2·28학생도서관)이 독서를 마라톤에 접목시켜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운영한 '독서마라톤 챌린지' 행사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대구지역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학생들의 독서 흥미와 독서 능력을 키우기 위해 실시된 독서마라톤 챌린지는 학생 개인 또는 단체(학급, 동아리 등)가 함께 목표 독서량(완주 쪽수)을 채우는 프로그램이다. 책 1쪽당 5m 뛴 것으로 환산해 코스별로 정해진 독서량을 완주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개인 부문에서는 ▷초1~2 대상의 5천m(완주쪽수 1천쪽)를 목표로 하는 '마음코스' ▷초3~4 대상 1만m(완주쪽수 2천쪽) 목표인 '꿈코스' ▷초5~6 대상 2만m(완주쪽수 4천쪽) 목표인 '희망코스' ▷중·고등학생 대상 1만5천m(완주쪽수 3천쪽) 목표인 '행복코스' 등이 마련됐다.

단체 부문의 경우 ▷초등학생 대상으로 2만1천97m(완주쪽수 4천220쪽)를 목표로 하는 '어울코스' ▷초·중·고등학생 대상 4만2천195m(완주쪽수 8천439쪽) 완주가 목표인 '해냄코스'로 나뉘었다.

참가자는 2·28학생도서관에서 발간한 학생추천도서 목록에 수록된 도서를 읽고, 2·28학생도서관이 배부한 독서기록장에 글이나 그림, 만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독서평을 제출했다. 완주자에게는 완주 인증서와 기념품을 증정하고, 개인코스 완주자는 1년간 도서를 20권까지 대출할 수 있는 혜택도 부여했다.

이번 챌린지에는 개인부문 4개 코스 120명, 단체부문 2개 코스에 10팀 199명이 참여해 개인 56명, 단체 10팀 189명이 완주에 성공했다.

개인부문 희망코스에 참여한 장동초 6학년 장혜원 학생은 "다양한 책을 접해볼 수 있어 좋았고 정해진 책을 찾는 것마저 보물찾기를 하는 것처럼 재미있었다"고 했다.

어울코스에 참가한 팔달초 2학년 학생은 "책 '나 혼자가 편한데 왜 다 같이 해야 해?'(이향, 최형미 지음)를 읽고 친구와 마음을 모으면 행복이 늘어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를 위해 나 스스로 노력할 점을 생각해 봤다"는 감상평을 남겼다.

독서마라톤 챌린지 단체부문 해냄코스에 참여해 완주에 성공한 대구동중 도서부 소속 학생들의 독서 활동 모습. 대구시교육청 제공

특히 단체부문에선 학급 또는 동아리 단위로 참여해 혼자 읽는 것보다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는 등 꾸준히 독서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반응이 좋았다.

이번에 단체부문 해냄코스를 완주한 고산초 4학년 2반의 담임교사인 김미현 교사는 "담임교사로서 어떻게 학생들의 독서 습관 형성할지에 대한 부분은 늘 고민거리"라며 "독서마라톤 챌린지는 전체 반 학생 22명이 함께 달려(읽어) 완주한다는 점에서 독서활동이 '숙제'가 아니라 공동의 목표를 향해 가는 '도전'처럼 느껴져 학생들이 독서와 기록에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이어 "특히 우리 반에서는 책을 읽고 독서록을 쓴 후 담임교사에게 확인을 받고 나면 교실 뒤편에 있는 마라톤 판에 읽은 쪽수를 표시하도록 하니까 학생들이 더 신이 나서 참여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단체부문 어울코스에 참여한 대명초 김미경 담당교사는 "독서마라톤이라는 큰 목표가 생기니 학생들이 더욱 책임감을 갖고 독서를 끝까지 마무리하고자 노력했고, 긴 호흡의 마라톤을 함께 뛰어가며 서로가 서로의 페이스메이커가 돼주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대구 동구 신암동에 있는 대구2·28기념학생도서관에서 지역 학생들이 오는 18일까지 열리는 독서마라톤 완주 기념 전시회를 관람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이러한 성과를 널리 알리고 챌린지 완주를 기념하기 위해 '2022년 독서마라톤 챌린지, 우리 이렇게 달렸어요!' 전시회가 지난 5일부터 오는 18일까지 2·28학생도서관 1층 로비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에는 개인·단체부문에서 245명의 완주자가 제출한 독서기록장 중 담당 사서가 선정한 우수 독서기록장 28권이 전시된다. 또한, 그림·만화·독서평·마인드맵 등 다양한 방식으로 책 읽은 소감을 학생들의 작품을 해당 도서와 함께 전시해 책과 함께 독서기록장도 감상할 수 있다.

황윤애 2·28학생도서관 관장은 "청소년기는 꾸준한 독서습관 형성이 필요한 시기"라며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고 소감도 나누며 느낀 점을 독서기록장에 기록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보다 성장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다양한 방법으로 학교 현장의 독서활동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2・28학생도서관은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깊은 관심과 학생들의 높은 참여율에 호응해 내년엔 독서마라톤 챌린지 단체부문 참가학교를 대폭 확대해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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