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억압된 것은 반드시 돌아온다

한윤조 사회부 차장
한윤조 사회부 차장

물속에 공을 넣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작용 반작용의 원리가 있다. 힘껏 공을 누르면 누를수록 공은 더 높이 튀어 오른다는 것이다. 결국 사물의 이치에 맞지 않는 억지 힘은 역풍을 맞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이런 '역풍'을 맞이하고 있는 곳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이란과 중국의 사례다.

이란 정부는 엄격한 복장 단속으로 반정부 시위를 촉발해 곤경에 처했다. 지난 9월 20대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가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이란 반정부 시위는 여성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란 전역으로 확산해 지금도 진행 중이다. 150여 개 도시와 대학 140곳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면서 시위 진압 과정에서 473명 이상 사망하고, 학생을 포함해 1만8천 명 넘게 구금됐다고 한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 정부에 가장 심각한 도전이라는 말도 나온다.

복장 단속을 담당하면서 여성 억압의 선봉으로 상징됐던 '도덕 경찰' 폐지설이 돌기도 했지만 일각에서는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과 함께 이란 인권단체들은 "이란 당국이 도덕 경찰 폐지론을 내세워 시위를 잠재운 뒤 슬그머니 옛 체제를 유지하는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 비판하고 있다.

BBC는 히잡법이 개정돼도 시위가 쉽게 수그러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독재정권이 이어지면서 이란 내 가난과 실업, 불평등, 불의, 부패에 대한 불만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한번 '반작용'의 활시위가 당겨지게 된 계기는 여성 인권 탄압이었지만, 이미 하늘 높이 쏘아 올려진 화살은 여지껏 억압돼 있던 이란 국민들의 모든 분노를 응축하면서 거센 불길로 타오르고 있다. 이란 국민들은 SNS를 통해 그들의 소식을 알리며 '시위'(protest)가 아니라 '혁명'(revolution)이라는 단어를 쓴다.

정부의 통제를 잘 따르기로 유명한 중국인들도 정부의 억압을 견디다 못해 반기를 들고 나섰다.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확정을 계기로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오히려 더욱 심한 봉쇄가 이어지자 역풍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순민'(順民)이라 불릴 만큼 관의 통치에 잘 따르던 중국인들이 집단행동 시위는 물론이고, 지금껏 금기어로 여겨졌던 '시진핑 퇴진' 구호까지 외칠 정도다.

인간의 무의식 세계를 연구한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억압된 것은 반드시 돌아온다'고 했다. 그는 "슬픔이든, 공포든 우리에게 찾아온 트라우마가 해소되지 못한 채로 무의식에 남게 된다면 억압된 기억은 다시금 의식의 영역으로 치고 들어와 정신병적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억압된 기억을 끄집어내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프로이트가 제시한 해법을 사회적으로 풀이하자면 정부 당국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나라의 사례가 드러내 보이는 요지는 분명하다. 자유와 평등, 그리고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와 세상의 이치를 거스르는 억압적 정책은 결국 문제를 낳고, 그 화살이 되돌아오게 돼 있는 법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순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결국 도를 넘는 억압과 폭력에는 반격하게 돼 있다. 이는 인간의 무의식에 자리 잡은 근원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시대와 국가를 막론하고 불의와 가렴주구가 영원히 계속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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