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가 죽으면 누가 돌보나"…뇌병변 친딸 살해 60대 친모에 징역 12년 구형

타지 돌며 일하는 남편과 떨어져 살며 홀로 병 수발…대장암 말기에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쳐 범행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38년간 돌본 중증 장애인 친딸을 살해한 60대 친모에게 검찰이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8일 인천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류경진)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살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씨(63·여)에게 이 같이 구형했다.

A씨는 올해 5월 23일 오후 4시 30분쯤 인천시 연수구 한 아파트에서 뇌병변 1급 장애를 앓고 있던 30대 딸 B씨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범행 후 자신도 수면제를 먹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같은 날 오후 10시 30분쯤 주거지를 찾아온 아들에게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아들은 B씨가 숨을 쉬지 않는 걸 발견하고 경찰과 소방에 신고했고, A씨는 현장에서 검거됐다.

A씨는 최후 진술에서 "그때 당시에는 제가 버틸 힘이 없었다"며 "'내가 죽으면 딸은 누가 돌보나. 여기서 끝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딸과 같이 갔어야 했는데 혼자 살아남아 정말 미안하다. 나쁜 엄마가 맞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A씨 측 변호인은 "범행 계기는 뇌병변장애가 아니라 대장암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으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과 항암치료 마저도 혈소판 부족으로 받지 못하자 마음이 꺾였고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우발적으로 범행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병수발은 전부 홀로의 몫이었고 범행 당시 우울증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전문의 소견이 있는 점, 가족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을 마치기 전 A씨의 아들이자 B씨의 동생은 증인으로 출석해 "(누나가) 1살 때 의료사고를 당한 이후 의사소통, 교감을 못하고 대소변까지 처리해야 하는 심한 장애를 앓게 되면서 어머니가 전적으로 돌봐왔다"며 "40여 년 가까이 돌보는 와중에 대장암 판정까지 받고 어머니가 많이 슬퍼했고,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수술을 받아 (보호자 교대가 쉽지 않아)어머니가 많이 힘들어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치료해 극복해보려 했지만, 누나의 항암치료가 중단되자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던 어머니가 우울감을 호소했다"며 "누나에게 냄새가 나지 않도록 항상 청결히 키워왔고, 장애를 힘들어하긴 했지만 누나의 장애는 어머니에게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고 암에 걸려도 무너지지 않았지만, 누나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에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 같다"고 눈물을 흘리며 증언했다.

또 "부모님은 먼저 죽으면 누나는 좋은 시설에 보내달라고 했고, 저 역시도 남한테 누나를 맡길 수 없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며 "저와 가족들 모두 어머니에 대한 선처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A씨는 결혼한 아들이 분가한 뒤 생계를 위해 다른 지역을 돌며 일하는 남편과 떨어져 살면서 홀로 B씨를 돌봐온 것으로 조사됐다.

뇌병변 1급 중증 장애인이던 B씨는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가졌으며 사건 발생 몇 달 전에는 대장암 3기 판정까지 받았다.

A씨는 최근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치면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의 구속 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진술해 구속할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A씨 측은 결심공판 전 정신감정을 신청하기도 했다. 정신감정서에는 우울증 등의 증상이 있다는 전문의 소견이 제시됐다.

A씨의 선고공판은 오는 1월 19일 열릴 예정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