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병력자원의 다양화

박헌경 변호사

박헌경 변호사
박헌경 변호사

러시아군이 전차와 장갑차를 앞세우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각종 미사일 발사로 우크라이나 전 국토가 유린당했다.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자주국방력을 갖추지 못한 우크라이나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에 군사적 도움을 적극 호소하고 있다.

서기 1453년 천 년을 이어온 비잔틴 제국이 오스만튀르크에 의해 멸망하였다. 비잔틴 제국은 서구의 기독교 국가들에 사적 도움을 요청하였으나, 교황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의 지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스스로 지키는 자주국방력을 갖추지 못한 나라는 냉엄한 국제 정세 속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오스만튀르크의 정예 군대는 예니체리 군대이다. 이슬람교를 믿는 튀르크 제국은 정복한 기독교 국가의 가정에서 사내 아이들을 징집하여 예니체리 군대의 병력으로 충원했다. 이들은 이슬람교로 개종하여 터키어를 배우면서 각종 훈련과 교육을 받았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절벽으로 우리나라의 병력 자원이 부족해지고 있다. 제20대 대선 후보들의 정책들에는 출산율을 끌어올릴 획기적 정책은 제대로 없었다. 설사 그런 정책이 있다 하더라도 앞으로 태어날 신생아들이 성장해 병력 자원으로 충원되기 위해서는 20~30년이 지난 후에야 가능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 육군은 42만 명, 북한 지상군은 110만 명이라고 한다. 문제는 2030년대 말 이후에는 인구절벽으로 병력 부족의 태풍이 쓰나미로 밀려온다는 것이다.

병력 부족을 첨단무기 등으로 보완하는 기술 집약형 군대로 탈바꿈하기 위해 인공지능, 드론,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 도입하자는 데에는 정치권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데 현대전에서 첨단무기의 비중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지상전의 경우에는 병력의 수를 무시할 수 없다. 한국전쟁 당시 첨단무기에서 훨씬 앞섰던 유엔군이 인해전술로 물밀듯이 밀려오는 중공군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베트남전,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에서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미군이 결국 패퇴한 것에서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인구절벽에 따른 병력 부족 대책으로 부사관 등 간부 비율 확대, 예비군 대폭 강화, 여성 인력 확대 등이 제시되고 있다. 참고할 만하다. 다만 예비군의 경우 관련 예산의 대폭 강화가 우선적으로 실현되어야 하는데, 현재 예비군 관련 예산은 전체 국방 예산의 0.4%에 지나지 않는다. 그마저도 2040년엔 100만 명 초반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 전망이라고 한다.

역사상 세계 최강의 군대에서 자국민만으로 병력을 보충한 경우는 거의 없다. 오스만튀르크의 예니체리 군대뿐만 아니라 청나라의 팔기군 경우에도 만주족으로 구성된 만주팔기 외에 몽골팔기, 한족팔기가 있었고 심지어 광해군 때 사르후 전투에서 항복한 강홍립의 조선 군사와 이괄의 잔당으로 구성된 조선팔기도 있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외국인을 일정 심사에 따라 선발한 후 입대시켜 병력 자원으로 충원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국방의 의무를 완수하면 영주권을 부여하고 나아가 장교나 부사관으로 일정 기간 더 근무하게 되면 한국 국적을 부여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병력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생산인구 증가책도 될 수 있다.

역사에 있어서 순혈주의만을 강조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 가장 우수한 병사만으로 뽑은 군대가 이긴 적은 없다. 한비자는 "태산은 흙과 돌의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고 다 받아들였기 때문에 그 높음을 이룬 것이다"라고 말했다. 병력 자원의 다양성이 강한 군대를 만든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