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 출신의 이 40대 기업인, 프랜차이즈 업계의 특별한 존재다. 본사와 가맹점의 상생을 위해 주요 원부자재의 공급가를 최대 30% 인하하는 정책으로 동반 성장을 실천해 주목을 끌고 있다.
카페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이끄는 백진성 커피베이 대표는 그 여정을 항해에 비유했다. 먼 옛날 항해사들은 다른 별자리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바람과 물결의 움직임을 살피며 지혜롭게 항로를 개척해갔다고 했다. 홀로 나아갈 것이 아니라 조화와 공존으로 북극성을 찾아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젊은이들을 향해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며 "그러면 즐기게 되고 성공한다"고 조언했다.
-시장이 포화 상태가 되면서 '커피가 식어가고 있다'고들 한다. 커피베이만의 경쟁력은?
▶커피뿐이 아니다. 이미 자영업 시장이 포화 상황이다.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 이후 지속적으로 그래왔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커피베이처럼 10년 넘게 꾸준한 기업은 많지 않다. 가맹점 사업자, 점주님들은 마진이 남아야 장사가 된다. 브랜드가 롱런을 하려면 점주들이 수익을 올리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상생, 이런 부분에 프랜차이즈 비즈니스 가치를 두고 있다. 프랜차이즈 비즈니스가 다른 사람의 인생에 긍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었고, 본사와 가맹점이 함께 사는 상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프랜차이즈 업종 하면 '갑 질'을 떠올리는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밀어내기'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횡포도 있다. 제가 장사 경험이 있다 보니 힘든 부분이 어떤 건지 좀 안다. 매출이 올라가도록 선제적으로 지원한다. 가맹점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어떤 커피로 고객에게 다가가나?
▶로스팅을 미디엄으로 한다. 커피 생두는 볶는 단계에서 많이 볶을수록 관리하기 편하다. 특히 맛을 균일하게 해야 동질성이 유지된다. 지나치게 쓰기보다 부드러운 맛으로 포지션을 잡아간다.
-'미트 번이 짱 맛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커피 외의 저희 디저트류는 일반적인 커피전문점에서는 보기 힘들다. 물론 차별화된 제품은 가맹점 입장에서 손이 간다. 하지만 그런 메뉴가 마진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점주들에게는 수익을, 고객에게는 여유로운 커피 한잔과 달콤한 디저트를 드리고자 한다.
-ESG(환경·사회·지배 구조) 경영으로 유명하다. 무슨 철학이라도 있나?
▶사업은 절대 혼자 힘만으로 되지 않는다. 구성원, 가맹점주, 소비자 도움이 없으면 안 된다. 코로나19 여파로 미국 월마트와 중국의 매장을 철수했다. 아마 본사가 미국에 있었다면 오늘의 커피베이는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고마움이 크다. 그렇다고 기업이 정해진 세금 이상을 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취약계층 도와주는 데서 보람을 느낀다. 커피베이 이념이 '구성원에 보람, 가맹점에 행복, 사회에 나눔'이다. 제 생각으로는 프랜차이즈 사업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가장 좋은 모델이다.
-젊은 나이에 사회공헌에 적극 나서기는 쉽지 않은 데 이유가 궁금하다?
▶사업 초기 자본이 모자랐는데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 빚을 갚아야 한다고 믿고 있다. 엄청난 이익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나눌 때 기업의 가치가 올라간다고 본다.
-여러 업종의 프랜차이즈 사업을 했다. DNA가 무엇인가?
▶어려서부터 아르바이트를 했다. 특히 장사가 참 재미있었다. 어떤 매장을 가더라도 체질에 잘 맞았다. I.T 기업에 프로그래머로 취직했지만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일반 회사 보다 장사가 더 잘 맞겠다 싶기에 장사와 사업을 하게 됐다.
-코로나19와 경제 위기로 가맹점 어려움이 크다. 프랜차이즈 하면 갑 질을 떠올리는 소비자가 여전히 있는데.
▶한때 프랜차이즈 사업을 한다고 말하기가 민망할 때도 있었다. 갑질이나 일부 대표들의 안 좋은 행태가 뉴스를 타기도 했고…독립적으로 운영하다가 매장을 확대하는 식으로 크다 보니 기업가 정신을 기르거나 전문적 경영이 어려웠던 측면이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 좋은 이미지가 만들어지도록 더욱 힘쓰겠다.
-그렇다면 본사로서 지원은 어떻게 하나?
▶전문적이고 체계화된 아카데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전문 강사진과 실제 매장을 재현한 실습 현장, 커리큘럼으로 완벽하게 교육한다. 오픈 직후에는 안정적인 매장 운영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가맹점주의 도전이 빛을 발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파트너가 되겠다는 다짐을 한다. 가맹점의 성공이 곧 본사의 성공 아닌가.
커피베이 경쟁력의 바탕은 고유의 커피 맛과 자체 로스팅 플랜트 운영, 트랜드를 이끄는 메뉴 개발, 체계적인 스페셜 커리큘럼이다. 신규 가맹점 지원을 위해서는 합리적인 창업 비용으로 개설을 지원하고, 초기 매출을 관리한다. 브랜드 홍보 마케팅을 활발하게 펼치면서도 가맹주에게 광고비 분담금은 받지 않는다.
-목표는? 해외시장 개척을 포함해 구체적으로 들려 달라.
▶커피 시장이 워낙 치열하다. 사업 초기 중저가 브랜드 전략을 폈는데 이제 프리미엄급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현재 커피베이가 입주해 있는 필리핀 SM몰은 현지인과 해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한국 커피를 알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 적극 진출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 싶다. 맥도널드나 스타벅스 같은.
-대구경북의 젊은이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면?
▶10년 전 강연을 할 때면 꿈을 갖고 열심히 하라고 역설하곤 했다. 지금은 다르다. 너무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본인이 즐기고, 좋아할 만한 일을 찾으라고 한다. 다양하게 경험하며 좋아하는 걸 발견하게 되면 즐기게 되고, 그랬을 때 성공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다만 가치와 목표는 조금 뚜렷했으면 한다.
■백진성 대표 누구
서울 금천로 벚꽃로 소재 커피베이 본사의 조명은 새벽 5시면 켜진다. 얼리버드(새벽형 인간)인 백진성 대표의 출근 시간이다. "아침 공부가 최고다"라는 어머니의 가르침에 따라 오전 6시면 일어나 공부하던 습관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의사인 아버지가 부도를 내면서 대학 입학 대신 군대를 먼저 다녀와야 했을 만큼 어려움을 겪었다. 좌절할 만했는데 그는 '장사'로 새 길을 열었다.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일에 대한 가치를 발견했고, 장사에 재미를 붙이게 됐다. 결국 프랜차이즈 비즈니스가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업(業)으로 삼겠다는 신념에서 2009년 커피베이를 론칭했다. 그의 나이 불과 31세 때였다. 이후 한국프랜차이즈 대상을 6년 연속 수상했고, 100대 프랜차이즈에 여러 차례 뽑혔다. 수상 이력은 열거하지 벅찰 정도다. TV 드라마 제작을 지원하는 한편으로 나눔 릴레이 캠페인 참여 등의 사회 공헌에 나서고 있다.
젊은 세대답지 않게 재경구미향우회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자칫 비뚤어질 수 있는 고교(구미 현일고) 재학 시절 선생님들이 바른길로 인도해주는 사랑을 받아 고향에 대한 기억이 각별하다고. 백 대표는 "혼자 올 수 있는 길이 아니었다"라며 "부족하게나마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더 열심히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학구파다. 중앙대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연세대 등에서 '프랜차이즈 CEO 과정', '미래, 창조, 융합 국가지도자 과정', '한식 프랜차이즈 전문가 과정'을 마쳤다. 생생한 강의로 잘 알려져 있다. '창업자를 위한 도시락 콘서트', '부모, 자녀의 꿈에 도전하라', '삶을 바꿔주는 해군'이 대표적이다. 전국의 고교에서 진행한 '희망 강연'은 고교생에게 인기몰이를 했다. 또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이사를 맡아 프랜차이즈 발전을 위해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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