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최한 전문가 포럼에서 '더 많이 내고 더 늦게 받는' 국민연금 개혁 시나리오가 공개됐다. 노동개혁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대통령실은 이게 정부안이 아니라고 밝히며 한 발 빼는 모양새다.
9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열린 '국민연금 전문가 포럼'에서는 현 정부에서 진행 중인 국민연금 개혁 관련 시나리오가 제시됐다.
유호선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5%까지 점진적으로 인상하면 기금 소진 시점을 2057년에서 최대 2073년까지 16년 늦출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3년 뒤인 2025년부터 보험료율을 12년 간 매년 0.5%포인트(p)씩 올리는 방안이다. 현행 9%인 요율을 2036년까지 15%로 올려 기금 고갈 시점을 최대한 늦춘다는 것이다.
이 안이 시행되면 국민연금 최대 적립금은 기존 1천778조원에서 3천390조원으로 2배 가량 늘어난다. 국민연금 수지가 적자로 전환하는 시점도 2042년에서 2056년으로 14년 늦출 수 있다.
개혁안이 실행되면 급여에서 비과세 제외 기준소득월액이 500만원인 직장인의 경우, 현재 22만5천원(4.5%)을 국민연금 보험료로 내지만 개혁 종료 시점에는 37만5천원(7.5%)으로 납부액이 15만원 인상된다.
이외에도 3년마다 1.0%p씩 16년 간 올리거나 5년마다 1.0%p씩 26년 간 올리는 방안, 연 0.2%p씩 30년 간 올리는 안 등 총 4가지 시나리오가 공개됐다. 다만 이런 장기 시나리오는 기금 소진을 늦추는 시점이 10~15년 정도로 짧다.
국민연금연구원은 아울러 연금 수급 연령을 5년마다 한 살씩 올려 2048년 만 68세(현행 62세)로 맞추자는 제안도 내놨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을 최대한 납부할 수 있는 가입 연령을 현행 60세 미만에서 67세로 상향하는 안도 거론됐다.
이렇게 되면 보험료율 인상(최대 16년) 효과에 더해 기금 소진 시점을 최대 2년 정도 더 늦춰 18년까지 지연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같은 구상이 국회를 통과하면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연금 부실을 바로잡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 정부는 4개의 국민연금 개편안을 제안했다가 좌절된 바 있다.
이날 제시된 4가지 안은 현행 유지가 없고 2025년부터 보험료율 인상을 시작하며, 인상 폭과 기간에만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한 발 나아간 개혁안으로 평가된다.
정부 관계자는 "해당 시나리오는 내년 초 발표할 5차 국민연금 재정 추계를 통해 더욱 정교화될 것"이라며 "이번 포럼을 계기로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당장의 기금 고갈을 막으려는 노력과 함께 연금체계의 근본적인 체질을 개선하려면 노동개혁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팀장은 "한국의 일자리 퇴직연령은 50세 내외 혹은 55세 내외로 법적 정년인 60세보다 낮고, 성·학력·업종·직무 등에 따라서도 차이가 크다"며 "정년 연장과 함께 고령층 노동시장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주된 정책 과제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기일 복지부 1차관도 "급격한 저출산 고령화로 국민연금 지속가능성 제고는 더 미룰 수 없는 중대한 과제"라며 "오늘 포럼에서 재정안정화를 위한 보험료율 인상과 노동시장 개혁 방향이 함께 논의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 개혁안에 대해 일부 전문가의 제안을 정부안으로 혼동하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9일 언론 공지에서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안을 제시했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해 사실을 바로 잡는다"며 이 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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