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와 함께] 왜 우리만 안 돼… 학부모vs교장 개인 체험학습 허가 갈등

학부모 "취지와 양식에 맞게 썼는데 왜 우리 학교만 안 되느냐"
학교 측 "우리 학교는 대입 관련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

A씨가 학교에 제출한 개인별 교외현장체험학습 계획서. 독자 제공
A씨가 학교에 제출한 개인별 교외현장체험학습 계획서. 독자 제공

대구 수성구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1학년 딸을 둔 학부모 A씨는 오는 18~22일 4일간 베트남으로 가족여행을 떠나려고 계획했으나, 낙심할 수밖에 없었다. 여행을 떠나기 위해 딸을 통해서 지난 1일 학교 측에 개인별 교외현장체험학습을 신청했으나 학교에서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서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교육상 필요한 경우 학교장은 보호자 동의를 얻어 교외 체험학습을 허가할 수 있으며 학칙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교외 체험을 수업(출석)으로 인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대구시교육청의 체험학습 매뉴얼에도 중등은 연 15일 이내, 초등·특수는 연 35일 이내로 보호자 동행(동의) 교외 체험학습을 갈 수 있고 체험학습 기간은 출석으로 인정된다. 체험학습 예시로는 ▷경로효친 및 가족공동체 이해 ▷문화유적 이해 및 국토사랑교육 ▷다른 문화의 이해 ▷진로관련 개인 활동 등을 두고 있다.

초중등교육법과 시교육청의 매뉴얼을 토대로 지역 학교들은 교외 체험학습을 운영하고 있다.

A씨 경우처럼 해외 가족여행은 '가족공동체 이해'나 '다른 문화의 이해' 등에 부합하기 때문에 보통 학교에서는 무리 없이 승인돼온 사안이다.

달성군의 한 고등학교 교장은 "교외 체험학습은 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권리"라며 "교외 체험학습 신청을 통해 가족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은 자연스럽게 이뤄져 온 일이고 체험학습 취지에도 어긋나지 않기 때문에 해당 학교의 결정이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A씨의 딸과 같은 학교의 1학년 한 학생도 "나 역시 지난 학기에 가족들과 제주도 여행을 가기 위해 체험학습을 신청하려고 했는데, 단념해야 했다"며 "중학교 3학년 때도 해외여행을 다녀왔고 학원의 다른 학교 친구들도 다녀오는데 왜 우리만 안 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해당 학교 측은 지난 2일 홈페이지 게시글을 통해 "우리 학교는 코로나19 관련으로 아이들의 안전과 학습 분위기 조성을 위해 체험학습은 대입과 직결되는 사안에 한해 매우 제한적으로 승인하고 있다"며 개인적인 용무는 방학기간을 이용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학교 교장 B씨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제한적으로 승인을 해왔고 충분한 교육적 의미가 담겨 있으면 허가를 해줬다"며 "신청에 따른 승인 여부는 학교장 재량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A씨는 취지와 양식에 맞게 신청을 했음에도 허가를 해주지 않는 것은 교육의 형평성을 무시한 학교장의 '재량권 남용'이라는 입장이다.

A씨는 "교외 체험학습은 초중등교육법에서 정해 놓은 마땅한 권리이며 출석 인정 등과 관련된 중요한 사안인데 학교에 따라 승인 여부가 달라지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교는 대입과 직결된 사안에 한해 허가해준다고 하지만 대학별고사는 거의 끝난 상황이라 사실상 체험학습을 허가해주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대구시교육청 역시 관련 민원이 발생하자 학교 측에 재고해볼 것을 권하기도 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체험학습 매뉴얼에서 크게 벗어난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승인을 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해당 학교가 적절하게 재량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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