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한 초등학생이 인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은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차량에 치여 숨진 가운데 대구에서도 보행로가 없는 곳이 많아 통학길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고 예방을 위해 대구시는 지역 내 스쿨존 위험요인을 파악하는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지난 8일 오전 8시 20분쯤 찾은 대구 북구 태암초등학교 후문에서 만난 서하윤(11) 양은 연신 뒤를 돌아보며 "차들이 뒤에서 오는지 안 오는지 매번 불안해요"라고 말했다. 태암초 후문 일대는 스쿨존으로 지정돼 있지만 인도가 없다. 이 탓에 서 양을 비롯한 학생들은 차량이 오면 폭이 5m에 불과한 도로 양쪽 갓길에 몸을 밀착시키면서 등교한다.
이달 2일 서울 한 초등학교 후문 앞에서 3학년 학생이 만취 상태인 30대 남성이 몰던 차량에 치여 숨졌다. 이 학교는 정문만 인도가 있고 후문 인근에는 보행로와 차도가 구분되어 있지 않다. 숨진 학생은 인도가 없는 갓길로 이동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오후 찾은 수성구 중동 삼육초는 정문과 후문 모두 인도가 없어 하굣길이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노란 실선이 보행을 돕는 유일한 수단이었지만, 도로 폭이 좁아 부피가 큰 차량이 침범하기 일쑤였다. 이 탓에 대부분 학부모가 차량이나 도보로 자녀의 통학을 도왔다.
손녀를 마중 나온 70대 한 남성은 "차도와 인도가 구분되지 않아 불안해서 매일 하교 시간에 데리러 오고 있다"며 "스쿨존이라는 게 아이들의 안전만큼은 보장한다는 취지인데 정작 별다른 수단이 없어 유명무실한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운전자가 보행자를 인식할 수 있는 안전시설물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스쿨존은 학생들의 보행 안전을 위해 특별히 만든 곳인데 차도와 함께 혼용도로 형식으로 되어 있는 게 현실"이라며 "스쿨존에 색깔을 입히거나 과속방지턱을 많이 만들면 운전자들이 보행자를 인식하고 속도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시는 스쿨존 위험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지역 내 초등학교 233곳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번 달에 각 구‧군이 전수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공문을 보낼 계획이다. 사고 위험이 높은 곳에는 과속방지턱과 고원식 횡단보도 등 속도 저감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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