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가 10일 공식 출범했다. '이태원 참사' 발생 한 달이 훌쩍 지나서다. 협의회에는 참사 희생자 158명 중 97명의 유족이 참여했다고 한다. 유가족들의 요구는 한결같다. 정부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다. 슬픔을 공유하고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합력(合力) 역시 옳다. 경계해야 할 것은 유가족협의회의 선한 의도를 변색할 세력들의 준동이다. 지금은 슬픔을 정련할 때다.
유가족협의회 출범은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다. 동병상련의 아픔을 치유하는 방법일 수 있다. 애끊는 슬픔이 눈에도 보인다. 생때같은 자식들이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유가족들이 느슨한 규제와 제도적 미비에서 참사 원인을 찾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국가의 책임이 없다고 보기 어려운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정부도 이에 공감하며 차분히 과오를 톺아볼 필요가 있다. 국가 작동 시스템이 완벽에 접근하도록 개선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유족들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듣는 일부 인사들의 언행은 그런 의미에서 아쉽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기정사실화하거나 유가족협의회 폄훼 표현을 적시하는 건 문제 해결에 하등 도움이 안 된다. '세월호' 학습효과에서 돌출된 걸 모르는 바 아니다. 박근혜 정권의 붕괴를 촉발한 세월호 참사 직후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초 단위로 공개하라고 몰아붙였다. 이런 프레임 속에서 정권은 동력을 잃었고 이후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
유가족에 공감의 손을 내밀며 정권 퇴진 구호를 외치는 세력이 있다. 정략적 목적 달성을 위해 슬픔을 자양분으로 삼는 음험한 의도가 읽힌다. 세월호를 전유물 삼아 악용한 이들의 기행도 존재했다. '북한 바로 알기' 등 엉뚱한 곳에 혈세가 쓰였다. 그럼에도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가 국가 안위에 위협이 될 개연성은 낮아 보인다. 우리 국민들에게도 학습효과가 생긴 덕분이다. 외려 정부가 유가족의 슬픔을 공감하고 진상 규명에 임해야 불순한 세력을 막을 수 있다. 해원(解寃)의 과정 없이는 불신의 벽만 단단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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