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이상민 해임안 강행 처리가 ‘국민의 뜻’? 그 국민은 어떤 국민인가

더불어민주당이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국민의 뜻" 운운하며 윤석열 대통령이 수용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해임건의안을 "책임을 방기하고 책임 회피에 급급한 정부에 첫 책임을 묻는 단추를 끼운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민의 뜻, 국회의 뜻을 존중해달라"고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윤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정면으로 맞서며 또다시 국민이 준 마지막 기회를 걷어찬다면 민심의 혹독한 심판이 기다릴 뿐"이라고 했다.

어처구니없는 언어 인플레이션이다. 이 장관 해임건의안 강행 처리가 '국민의 뜻'이라는데 그 국민은 도대체 어떤 국민이고 누구의 국민인가. 해임건의안에 과연 국민이 찬성하는지, 찬성한다면 얼나마 그런지 어떻게 아는가?

해임건의안 강행 처리는 국민과 무관한, 민주당의 정략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이태원 압사 사고 국정조사에 합의하면서 조사 대상에 행안부 장관을 포함시켰다. 그래 놓고 해임건의안을 들고나와 강행 처리했다. 정략이 아니라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돌변이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경찰 수사는 현재 진행 중이다. 이 장관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단계는 아직 아니다. 그런데도 해임건의안을 강행 처리한 것은 다른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 그것은 국민의 힘이 주장하는 이 대표 '사법 리스크' 방탄 말고는 분명하게 잡히는 게 없다.

여권의 예상대로 윤 대통령이 해임 건의안을 거부하고 민주당이 공언대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 때까지 국민의 관심은 이 장관의 거취로 쏠릴 것이다. 검찰 수사가 턱밑까지 왔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 대표의 운명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자연히 분산될 것이다.

민주당은 아니라고 펄쩍 뛰겠지만 그렇게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이 해임건의안을 '국민의 뜻'이라고 한 것은 국민을 욕보이는 행동이다. 민주당은 함부로 '국민'을 입에 올리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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