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치유의 도구이자 소통의 도구다. 그것이 바로 노래의 힘이다."
작곡가 이호섭은 12일 대구 그랜드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노래의 경쟁력'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펼쳤다.
이호섭 작곡가는 2시간 정도 진행된 토크 도중에 누구나 알 만한 트로트 설운도의 '다 함께 차차차', 이자연의 '찰랑찰랑', 편승엽의 '찬찬찬' 등 국민의 애환을 담은 가요를 부르며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전국노래자랑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920여 곡을 작곡한 이 작곡가는 노래는 '명약'이라며 강의를 시작했다.
그는 "즐거울 때 동료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실연의 아픔을 겪었을 때 노래를 부르고 한바탕 울기도 한다. 또 외국인과 언어의 장벽을 넘어 노래를 함께 부르다가 친해지기도 한다"며 "아무리 화가 끝까지 올라도 노래 한 곡 부르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우리 몸속에 있는 화기와 우울함이 해소되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게 바로 노래의 '경쟁력'이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난 역사를 되짚어 보면 대중가요는 수익을 위한 상품이지만 특수한 시기에는 이념을 담는 그릇으로 변모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작곡가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지나며 격동의 시기를 겪은 한국인의 곁에는 항상 '대중가요'가 있었음을 강조하며 대중가요의 험난했던 여정을 설명했다.
그는 "일제강점기에는 모든 노래가 조선총독부의 검열을 거쳤어야 했다. 이때 나온 노래가 '목포의 눈'인데, 2절 가사 중 '삼백 년 원한 품은'이라는 구절은 300년 전 임진왜란 당시를 상기시키며 민족혼을 고취시키는 가사였다"며 "손목인 작곡가와 문일석 작사가는 '삼백년 원한(三百年 怨恨) 품은'을 '삼백연 원앙풍(三柏淵 鴛鴦風)은'으로 교묘하게 한자를 바꾸며 민족혼을 담았다. 조선인들이 들었을 때는 언젠가 '이순신 장군 같은 구국 영웅이 나타나 일본을 쫓아낼 것이다'는 메시지를 전해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1940년 발표된 '나그네 설움'은 가수 백년설이 독립운동으로 고문을 당하고 풀려난 직후 작곡한 곡으로 '가야 할 지평선 태양도 없다'라는 가사가 등장한다. 가야 할 지평선은 미래 즉, 우리나라의 독립이나 태양이 떠오르지 않는 절망을 담는 동시에, 우리의 미래에는 일본을 상징하는 태양이 없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작곡가는 우리의 혼이 담긴 가요를 소중히 지킬 것을 강조했다. 그는 "한때 우리 민족정신을 꺾기 위해 트로트를 '뽕짝' '엔카' 등으로 몰아붙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소중한 우리의 가요를 제대로 알고 보존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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