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터운 패딩이 무안할 만큼 산뜻하게 벗은 겨울산을 올랐다. 소나무 옆에서 어린 잣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었다. 송무백열. 임학자이자 시인이며 다인(茶人)인 박용구 교수의 저서 '소나무 향기 아래 어린 잣나무는 자라고'가 떠올랐다.
저자는 경북대 임학과에서 30여 년간 몸담고 정년퇴임 후에도 경북대 명예교수이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으로 숲과 나무 연구에 일생을 바치고 있다. 2018년에는 '한비문학'에 시로 등단했으며 한국차학회 고문, 사단법인 영남차회 고문으로 여전히 활발한 활동 중이다.
"어쩌다 보니 이제 우리들이 가장 앞에 서있는 나이대가 되었다. 그래도 지나간 과거에 파묻히지 않고 내 안과 밖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내고, 그것들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마음으로 오늘 하루도 쉬지 않고 '배우며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고자 염원한다."(서문 중에서)
그의 문장에서 느껴지듯 저자는 이 시대의 선비이며 누구보다 행복한 선비로 보인다.
'1장 조사당에 선비화 피거던'은 나무 선생님이 직접 들려주는 나무와 숲, 자연에 얽힌 이야기이다. '동국여지승람'에 서거정이 노래한 '대구10경' 중 비록 건들바위에서 고기 낚기는 이제 할 수가 없지만, 북벽향림은 아직도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반갑다.
'2장 스무동이 어딘고 하니'는 성암산, 칠보산, 유학산 등 숲을 찾아 나선 저자의 산행기를 엮은 장이다. 산에 얽힌 역사와 시(詩) 그리고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다. 성암산을 내려오며 동료 교수가 불렀다는 애절한 노래 "연분홍치마가 봄바람에…"가 필자의 귓전에도 맴돌며 교교한 레트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3장 세한의 풍경 속으로'에는 다인이라면 알아야 할 다산과 추사에 관한 이야기가 담겼다. 두어 편의 연설문도 담겨 있어 저자의 삶과 연구와 사람들 그 사이로 이어지는 따뜻함을 읽을 수 있다.
'4장 사마천을 따라 걷다'에는 중국 여행기를 중심으로 나무 이야기를 시와 함께 풀어 놓았다. 저자의 전문가적 관심이 시심(詩心)과 만나 문학적 재미를 더한다.
학자의 지성과 시인의 마음이 다인의 향기에 담겨 풍부한 내용과 함께 읽는 이의 감성 깊숙이 스며드는 책이다. 겨울밤 이 계절에 어울리는 지심향(知心香)을 피워보자. 이 책으로 따뜻하고 향기롭게 보내시기를 바란다.
김서윤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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